연구와 강의는 뒷전인 채 제자에게 논문대필-명품 요구 性추행까지 일삼는 교수 이사장 친척이라고 교수직 주고 예산 멋대로 전횡하는 재단 “헝그리정신 없다” 학생 탓하기전 물 흐리는 일부 대학-교수 책임감-윤리의식 회복이 먼저다
이나미 객원논설위원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대학원생 ㄴ의 이야기다. 집에 우환이 있어 담당 교수를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논문제안서는 선배나 다른 교수들이 이구동성 칭찬하는 내용을 냈다. 함께 제출한 동료의 제안서는 누가 봐도 허접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결국 ㄴ은 그 다음 해에 현금을 싸들고 갔다. 물론 교수는 거절하지 않았고, 그제야 제안서는 통과됐다.
대학원생 ㄷ의 지도교수는 김치나 피크닉 바구니 준비, 손님맞이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학부모에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생 ㄹ은 평생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대가를 찾아갔다. 그날 교수는 ㄹ을 술자리로 데리고 가더니, 논문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사귀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며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나이 차가 수십 년 나는 교수의 노추에 놀라서 결국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만다.
불만은 학생들에게로 향했다. 스쿨버스 기다릴 때 줄 서지 않고 캠퍼스 아무 데서나 침을 뱉고 심지어 교수에게 욕을 하는 학생도 있다는 내용이다. 리포트의 수준은 또 어떤가. 맞춤법이나 문법이 맞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 짜깁기에 대한 죄의식도 전혀 없단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끌고 가는 기본기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지성의 산실이라는 말 자체가 부끄러울 따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들이 모든 대학의 현주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는 성실한 대학생이 더 많다. 열악한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느라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한 학자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물을 흐리는 소수가 대학을 전반적으로 썩게 만든다면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젊은이들의 헝그리 정신 부재와 비(非)윤리성을 탓하기 전에 그들을 교육시키는 학교부터 바뀌어야 순서가 맞을 것이다. 인내심이 없어 몇 달 만에 사표를 내는 좋은 스펙의 젊은이들과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재교육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회사들의 처지는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지성의 본산인 대학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의식 그리고 자정장치가 없으니. 학교를 서열화해서 경쟁시킨들 과연 미래가 있을까 의문이다.
100만 원 조금 넘는 월급에도 하루 종일 아기들의 똥 기저귀와 우윳병을 바꿔 주느라 정신없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극악한 죄인 취급하면서도 정작 가진 것은 너무나 많은데 뿌리부터 썩어가는 대학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게 이상하다. 자기도 모르게 사이비 박사도 박사라고 생각하는 학벌 콤플렉스에 사회 전체가 빠진 것은 혹시 아닐까.
이나미 객원논설위원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