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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 종료” 나가라는 건물주에… “권리금은?” 재개업해 맞선 식당주인

입력 | 2015-03-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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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선희 씨가 16일 식당 앞에서 고사를 지내고 있다. 9년 전 권리금 2억 원을 주고 식당을 임차한 김 씨는 가게를 비워 달라는 건물주의 요청을 거부하고 이날 재개업식을 열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제가 만든 영업 가치를, 법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겠습니다. 떳떳이 지켜내고, 저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세상의 잘못을 알리겠습니다.”

16일 오후 1시 20분. 서울 종로구의 식당 ‘정종대포 만복’에서 사장 김선희 씨(58·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날 식당에서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회원들과 함께 ‘재개업식’을 열었다. 앞서 이 식당 건물주는 2013년 7월부터 김 씨에게 상가를 비워 줄 것을 요구했고 김 씨는 15일 이전에 자리를 비워야 했다. 하지만 그는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며 하루 뒤 ‘재개업’을 했다.

김 씨는 2006년 7월부터 95.9m²가량의 상가 건물 1층을 빌려 식당을 운영했다. 계약 당시 이전 임차인에게 준 권리금은 2억 원. 건물주에겐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230만 원을 주고 있다. 하지만 2013년 3월 건물 2층에 불이 나면서 집주인은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며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인은 5년의 ‘계약갱신 요구기간’이 지나면 언제든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건물주는 김 씨에게 “권리금과 상관없이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씨는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점포에서 쫓겨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나가지 않았다. 결국 건물주는 소송을 냈고, 패소한 김 씨는 15일까지만 영업이 가능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상가 권리금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돼 왔다. 지난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맘상모 측은 “법이 개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과 피해를 감안해 국회에 빠른 법 개정을 촉구하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을 호소한다”며 “권리금 양도 양수를 가로막는 것이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대로 김 씨가 나가게 되면 건물주가 권리금을 수수하거나, 권리금이 없는 채로 점포를 임대해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권을 일군 임차인에게 ‘권리금’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야 할 몫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건물주 측은 “이전 임차인에게 권리금 2억 원을 준 것은 현 임차인의 판단 미스(착오)다. 권리금을 얼마 줬는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도 패소했는데 건물에서 나가지 않는 것은 을이 갑질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법을 무시하고, 법의 결정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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