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사진공동취재단. 정의화=국회대변인실 제공.
“모든 과제를 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몇 개 핵심과제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67)은 6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1)과 만나 이런 조언을 했다고 복수의 배석자가 전했다. 정 의장은 워싱턴 방문 일정을 마치고 뉴욕을 잠시 거쳐 귀국하는 길이었다. 반 총장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빈곤 극복, 복지, 교육, 양성평등, 기후변화 등 17개 과제를 정 의장에게 설명하고 한국 국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정 의장은 “내가 의사 출신이다. 병 치료에도 (다소 가벼운) 염증 치료가 있고, (정말 심각한) 골수 치료가 있다. 17개 과제가 지구촌의 질환이라면 정말 중요한 몇 개 과제만 골수 치료를 하고, 나머지는 염증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 “좋은 말씀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택과 집중은 반 총장이 가장 많이 듣는 충고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그동안 “반 총장이 재임기간 중 업적을 남기고 싶다면 몇 개의 시대적 핵심 어젠다를 선택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 총장의 측근들은 “유엔의 핵심 어젠다를 사무총장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유엔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 ‘비판을 위한 비판’”이란 반응을 보이곤 했다. 유엔이 기업이라면 사무총장은 주주(회원국)들의 결정을 따라는 ‘전문 경영인’이지, 의사 결정을 마음대로 하는 사주(대주주)가 아니라는 논리. 이 때문에 유엔 소식통들은 “정 의장의 충고 한 마디에 반 총장의 업무 스타일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