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작아 보이려고 짝다리를 짚고 서있지만 국제대회에 나가면 외국 선수들보다 작아 보이지 않으려고 발꿈치를 올린다.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 박지수(17·분당경영고)의 마음은 평범한 여고생과 농구선수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키가 194.6㎝인 그는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지난달 ‘한국의 10대 스타, 성인이 되다(Korea teen star Park Jisu comes of age)’라는 기사로 성인 대회에 데뷔한 그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만 15세 7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성인 국가대표가 된 박지수는 8월 존스컵과 9월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큰 키에도 드리블, 패스, 외곽플레이에 모두 능숙한 박지수를 보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27·192㎝)이다. 둘은 한국 여자선수로는 드물게 신장이 190㎝가 넘는다. 어린시절에는 키가 작아 세터로 배구를 시작한 김연경은 여러 포지션을 거친 덕분에 공격, 리시브, 블로킹을 모두 갖춘 선수로 성장했다. 박지수는 농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키가 160㎝였다. 하지만 선배들에 밀려 포워드를 맡는 바람에 골밑이 아닌 외곽에서 뛰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이 박지수를 오히려 ‘전방위 센터’로 만들어줬다.
박지수는 김연경의 배구 후배가 될 뻔했다. 농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박상관 명지대 전 감독과 배구 청소년 국가대표를 지낸 어머니 이수경 씨의 운동 DNA를 물려받은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잠깐 배구 훈련을 했다. 하지만 당시 어머니와 떨어져 중학생 언니들과 하는 합숙훈련이 너무 힘들어 “절대 배구는 안 한다”며 코트를 떠났다. 결국 그는 한 살 터울의 오빠 박준혁(18·성남 송림고)을 따라 농구를 시작했다. 박지수는 “주말에 프로배구를 보러갔는데 정말 재밌더라. 배구할 걸 그랬나 싶었다”며 웃었다.
지난달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주최한 2주간의 미국 연수를 통해 그는 한층 더 성장했다. 박지수는 “한국에서 센터는 보통 포스트플레이에 집중하는데 미국 코치님들은 센터도 가드처럼 드리블을 해야 한다며 개인기술을 많이 가르쳤다. 3점슛 등 여러 방면의 플레이를 더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진출할 계획이다. 몸싸움에 대비해 웨이트 훈련도 곧 시작할 생각이다. 고종욱 분당경영고 농구부 감독은 “박지수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 나이에도 경기 중 상황과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2년 전 발목을 다치는 등 부상경험 탓에 몸싸움을 꺼리지만 포스트업과 언더슛만 보완하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수의 올해 목표는 8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는 “올림픽에 꼭 나가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