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논설위원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쳐 오만방자했던 청년들은 줄줄이 탈락하고 자신과의 싸움에 고군분투한 에그시와 편견 없이 그를 대한 여성 후보만 살아남는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을 짓밟아야 한다는 독불장군 사고방식이 아니라 출신 계층과 성을 넘어 도움을 주고받은 남녀 연대(連帶)의 승리였다.
미국 뉴욕의 사립학교들은 학생들을 21세기형 인재로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이를 위해 부자 아빠를 둔 백인 학생들만 모인 학교가 아니라 다양한 피부색과 계층이 어우러진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뉴욕 사립학교 재학생 중 소수민족이 3분의 1에 이른다. 전체 학생 중 18.5%는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부유한 백인 일색 교실에서 벗어나 훗날 맞닥뜨릴 글로벌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중학교 신입생 배정 문제를 놓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일부 학부모가 분양 때 약속과 달리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배정됐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표면적 이유는 ‘과밀 학급에 따른 교육환경 악화’였지만 서민주택 아이들이 배정된 것이 싫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부모들과 미국 부모들, 생각의 간극이 참 넓다.
올해 하버드대에 사상 최대 지원자가 몰렸다. 학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지원자는 약 75%, 가난한 인재를 끌어 모으려는 노력이 결실을 봤다며 대학 측은 싱글벙글이다.
새 학기 첫날 지방의 예술고에서는 등록금 미납을 이유로 학생 3명을 교실에서 내몰고 도서관에서 자습을 시켰다. 미국처럼 장학금을 주진 못할망정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학습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예술은 왜 하고 공부는 또 왜 하는가.
부모들은 ‘공부해서 남 주나. 다 너를 위해서’라며 자식을 다그친다. ‘지금 몇 년 고생하면 평생 놀 텐데’라고 훈계하는 어머니도 TV에서 봤다. 일류 학교 나오면 출세와 성공을 향한 직진 코스가 보장된다는 셈법이다. 과연 그런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마하의 속도로 달라지는 시대, 그런 고정관념이 통할지 잘 모르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