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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위장전입은 아무나 하나

입력 | 2015-03-04 03:00:00


2000년 국무총리, 2005년 장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상당수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이 위장전입의 덫에 걸려 낙마했다. 2002년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가 잇따라 낙마했고 이어서 이헌재 경제부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 등이 본인이나 배우자의 위장전입(의혹)이 드러났다. 반면 정운찬 국무총리, 민일영 대법관, 이귀남 법무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은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났지만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위장전입을 하고도 누구는 청문회를 통과하고, 누구는 통과하지 못하는 기준이 뭘까. 여론은 대체로 부동산 투기나 아파트 분양 또는 재개발과 관련된 위장전입에는 냉랭하지만 자녀의 학군 때문이라면 교육열 뜨거운 한국의 정서상 용인하는 듯하다. 엄밀히 말해 모든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불법이다. 그런데도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괜찮다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 기준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세 자녀의 교육 문제로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고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는 이규용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시인했는데도 야당인 한나라당이 당시 이 대선후보를 의식해선지 “문제될 것 없다”고 감쌌다. 위장전입도 당리당략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정치권이다.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가 자녀 교육을 위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는 부인의 아파트 분양을 위해 주소를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의 암묵적 기준대로라면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한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그럼에도 위장전입을 시인하고 사과하면 그뿐이라는 태도인 듯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민등록법의 주무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도 위장전입 전력자다. 이래서 위장전입이 고위 공직자의 공통 필수과목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