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용 전 주일 대사·서울신학대 석좌교수
한중일 3국은 아픈 과거사와 서로 다른 역사 인식,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토 문제 등 당장은 풀기 어려운 숙제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선 전통적 방식의 국가 간 외교보단 복잡한 이해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한 도시 외교·민간외교가 새로운 전략적 대안으로 떠오른다. 오랜 기간 한중일 지역 협력과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해 온 나의 경험으로 볼 때 한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local to local, people to people’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베세토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실현 가능한 3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먼저, 3개 도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의제 발굴과 ‘베세토 컨센서스’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 분야는 정치적 쟁점이 아닌, 인류의 재앙으로 등장한 기후변화와 고령화 문제, 가까운 이웃 도시들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관광과 경제협력 등이 돼야 할 것이다. 둘째,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베세토 사무국’ 형태의 상시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추진할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세 도시 수장이 바뀌더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속 가능성을 띠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세 도시 시장·지사의 리더십과 열정,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베세토 간 도시 외교 활동도 현 시장·지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최상용 전 주일 대사·서울신학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