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뒤 홈쇼핑 괴롭히는 블랙컨슈머
일부 고객의 태도는 직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들은 상품을 회수하러 간 직원들에게 “맛없어서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했다” “상해서 버렸다”며 상품은 돌려주지 않고 무조건 환불만 요구한다. A홈쇼핑 관계자는 “진짜 식품에 이상이 있어서 버렸는지, 다 먹고 난 뒤 뻔뻔하게 환불을 요청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 유명가방, 모조품과 바꿔치기도
길었던 명절 연휴가 끝나자 TV홈쇼핑에서 주문했던 제수용품을 막무가내로 반품 요청하는 ‘갑(甲)질’ 홈쇼핑 고객이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과일, 육류 등 신선도가 민감한 식품을 연휴 하루나 이틀 전에 도착하도록 주문한 뒤, 반품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긴 연휴 후 ‘증거는 없지만 환불해 달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명절 선물로 구매한 육류 제품을 먹었는데 너무 질겨 인근 백화점에서 구매 물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선물을 샀다고 주장하며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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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랙컨슈머들의 어거지 반품이나 환불 요구는 ‘연중무휴’다. B홈쇼핑 업체는 악의적으로 반품을 일삼는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고객에게 거래 거절 조치를 하고 있지만, 블랙컨슈머들은 해마다 10%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 업체에서 40만 원대 고가 화장품 세트를 주문한 한 40대 여성 고객은 원래 내용물을 덜어내고 파우더 케이스에는 밀가루를, 스킨 병에는 물을 채워 반품했다.
A홈쇼핑에는 지난해 1년 동안 1000여 건의 주문을 하고 대부분을 환불 처리한 50대 여성 고객도 있다. 이 고객은 처음에는 원래 제품에 추가 증정하는 사은품만 챙겼으나, 나중에는 “빈 박스만 왔다”며 유료 제품까지 챙겼다. 업체에서 환불을 거절할 경우 소비자단체나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C홈쇼핑에서는 200만 원대 유명 브랜드 가방을 주문했다가 모조품과 바꿔치기한 후 “가짜 제품이 왔다”며 모조품을 반품한 사례도 있다.
○ 증거 확보 위해 안간힘
무료반품 규정을 적극 홍보해 온 TV홈쇼핑 업체들은 블랙컨슈머들에게 부당한 협박을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고육지책으로 제품 출고 전 포장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증거를 확보해 놓거나 X선 촬영, 무게 측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보석 등 고가제품이 사라지고 빈 박스만 왔다고 주장하거나 일부가 없어졌다는 고객이 생길 경우 대응하기 위해서다. NS홈쇼핑의 경우 월평균 수천 건에 달하는 악성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일찌감치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아예 일부 고객의 주문전화를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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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