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 세계 무역질서를 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올해 안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한 신속협상권을 의회에 요구하면서 한 말이다.
TPP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2개국이 참여한 다자(多者)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메가 FTA로 불리기도 한다. 상품 거래부터 원산지 규정, 기술 장벽, 서비스 무역 등 거의 모든 통상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많은 나라가 동시에 참여해 세계 무역질서에서 양자(兩者) 간 FTA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 여기서 제외되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TPP에 참여한 12개국 가운데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이 이미 우리와 FTA를 맺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이 빠진 채 TPP가 발효되면 한국은 세계 무역질서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해 말 “TPP에서 한국만 빠진다면 경제적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며 연간 2조 달러에 이르는 원자재 부품을 일본이 독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TPP 원산지 규정이 확정될 경우 12개국 기업들은 손쉽게 원산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제품만 사용하고 경쟁국인 한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수출 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참여에 대해 아직까지도 아리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