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지음·김진준 김한영 옮김 824쪽·3만3000원·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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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 칼럼에 종교에 얽힌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가 자주 있다. 술자리에서 심경을 털어놓자 한 친구가 충고했다. “여럿에게 누를 끼칠 테니 그만둬.” 웃으며 다른 화제로 넘어갔지만 그 말을 농담으로 여겨 웃은 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개의 종교, 또는 종교적 성격을 가진 집단은 내부 문제에 대한 공개적 의혹제기와 비판에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비판이 지닌 논리의 밀도나 언사의 정돈 방식은 상관없다. 이들의 요구조건과 결말은 모호하다. 옛 유럽처럼 눈엣가시를 화형대에 매달기 쉽지 않은 시대인 탓이다.
어쩌면 착각이다. 화형은 매일, 더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저자는 1989년 2월 이란 국가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너 이제 죽었어”라는 통보를 받는다.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비판적으로 풀어낸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호메이니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와 출판관계자를 살해하라”고 전 세계 무슬림 대상의 칙령을 내린 것이다. 이 책은 그 ‘사형선고’를 계기로 쓴 3인칭 자서전이다. 제목은 경호경찰의 요청으로 만든 가명이다. 호메이니의 엄포는 허풍이 아니었다. ‘악마의 시’ 일본어 번역자는 살해당했고 이탈리아, 노르웨이, 터키 출판관계자도 피습으로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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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