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의 풋라이트/찰리 채플린, 데이비드 로빈슨 지음/이종인 옮김/524쪽·2만8000원·시공사
채플린 연구자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채플린 사후 40년 만에 그의 자전적 소설 ‘풋라이트’와 ‘칼베로 이야기’를 공개했다. 두 소설은 채플린이 제작한 영화 ‘라임라이트’의 바탕이 된 작품이다.
‘풋라이트’는 어느 무용수와 코미디언에게 벌어진 얘기를 담았다. 한물간 코미디언 칼베로는 자살하려던 젊은 무용수 테리를 우연히 구해준다. 테리는 무대 공포증으로 다리 마비 증상을 겪고 있었지만 칼베로는 테리를 격려해 다시 무대에 오르도록 돕는다. 테리는 화려한 춤을 선보이고 스타덤에 오른다. 이번엔 테리가 단역배우로 전락한 칼베로를 구원한다. 테리 덕에 칼베로는 다시 대형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무대 위에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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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은 두 편의 채플린 소설을 소개하는 한편으로 소설이 영화로 변모하는 과정도 풀어냈다. 미공개 육필 원고와 희귀 사진 150장, 채플린 가족과 동료의 생생한 증언을 모아 영화 제작 상황을 묘사했다. 채플린이 늘 사전을 옆에 두고 새로운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한 일, ‘라임라이트’ 제작 때 가족을 많이 참여시켜 자전적 측면을 강화하려 했던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찰리 채플린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