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사회부장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부분도 유죄 판결로 뒤집히면서 5개월 만에 다시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 전 원장은 법정구속된 다음 날인 어제 오전 구치소로 접견 온 지인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황당하다. 잠 한숨 못 잤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대다수 법조인은 “이거, 대법원까지 가봐야 할 거 같은데…” “대법원에서도 전원합의체에 반드시 회부해야 할 사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법 위반 부분의 유죄 판결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의 도움으로 당선된 것 아니냐”라는 민감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은 더욱 신중하고 엄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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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 판단에 의한다’라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자유심증은 판사의 성향에 따라 유사한 사안에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장인 김상환 부장판사는 권력기관의 행위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법원 내부에선 그런 성향이 이번 판결에도 투영됐으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탓인지 항소심 재판부는 274쪽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 말미에 국정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 사건에 대한 유죄 판단은) 국정원이 지금 현재 이 나라를 위해 중차대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선 생명의 위험까지 따르는 임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외면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 문제된 특정 사이버 활동만이 관련 법률에 반함을 명백하게 지적함으로써 국정원의 헌신과 노력이 본연의 업무 수행을 위해서만 집중되도록 해 국민의 더욱 든든한 신뢰를 얻길 바라는 것에서 비롯됐음을 밝히고자 한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장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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