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인사분야 첫 여성 임원 이영순 상무, 여대생 강연
10일 오후 서울 중구 삼성생명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여기(女氣) 모여라’ 행사에 강사로 나선 이영순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가 자신의 직장생활 노하우를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저도 한때는 요즘 말하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애 둘 딸린 ‘엄마’로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삼성그룹 ‘여기(女氣) 모여라’ 행사의 2015년 첫 강사로 무대에 오른 이 상무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는 처음 꺼내놓는다고 했다. 2013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시작돼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여기 모여라’는 삼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여성 팬들을 대상으로 삼성의 상징적인 여성 직원들이 직장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특강이다.
이 상무는 “아이 둘을 낳고 뒤늦게 커리어를 쌓고자 작은 회사에서 파트타임 업무부터 다시 시작했다”며 “점차 풀타임으로 업무량을 늘렸고,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늦깎이 경영학석사(MBA) 공부를 하면서 인재 관리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2003년 삼성전자에 경력 입사한 그는 “인사 관련 경력이나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나에게 삼성전자 면접관들이 ‘그동안 뭐했느냐’가 아닌, ‘어떤 변화를 꿈꾸고 있느냐’,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해준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동기들보다 5년은 많은 나이로 삼성전자에서 세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여성 관련 제도를 신설하며 경력을 쌓았다. 난임 여성 직원들을 위한 난임휴가제, 집 근처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근무제, 육아휴직 사용 기간 연장, 삼성전자 어린이집 확대 등에 참여했다.
이 상무는 “워킹맘으로서 살아오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육체적 피로가 가장 컸다. 그는 “몸이 아파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여기서 내 직장생활을 끝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인사팀 상무로서 평소 생각했던 ‘면접 팁’도 전했다. 그는 “글로 연애를 배우면 모태솔로 신세를 면치 못하듯, 취업 스터디 등에서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해 보낸 시간은 결코 면접 실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또 “면접장에 ‘가공의 나’를 들여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면접관이 궁금한 건 취업 스터디에서 만든 완벽한 스펙을 갖춘 당신이 아닌, 진짜 당신입니다. 여러 질문을 던져도 계속 겉도는 느낌을 받으면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재라는 확신이 들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