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2014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무수한 선방으로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축구 팬들에게도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그는 소속팀 합류에 앞서 멈춤 없는 정진을 약속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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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컵 GK 김진현
한때 실수 제조기 오명…아시안컵 주전 예상 못해
日 소속팀 강등 불구 잔류…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지난해 9월 5일 한국-베네수엘라의 평가전. 한국이 3-1로 이긴 이 경기가 끝난 뒤 주전 골키퍼로 나섰던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우연히 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접했다. 자신을 ‘실수 제조기’로 표현한 글이었다. 잊을 수 없었다. 한 달 후 10월 A매치 시리즈를 마치고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전이 끝나고 ‘이제 난 끝이다’란 생각을 했다. 그 때 너무 실책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상처는 받지 않았다. 대신 독을 품었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로 삼았다. 김진현은 “‘실수 제조기’가 맞는 표현이다. 일본에서도 ‘황당 축구 베스트5’에 선정될 만한 실책을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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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주전을 예상했나.
“전혀…. 끝까지 몰랐다. 골키퍼는 코칭스태프가 마지막까지 고민하신 것 같더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3명(김진현·정성룡·김승규) 모두 실력이 좋아 어제도, 오늘도 정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오만과 대회 조별리그 1차전부터 뛸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없었다.”
-당시 코칭스태프가 따로 당부한 부분이 뭔가.
“(김봉수) 골키퍼 코치님께서 ‘자기 컨트롤’을 강조하셨다. A매치 경험이 부족해 홀로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잘할 생각은 버렸다. ‘실수만 말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준비하신 영상도 도움이 됐다. 교민 메시지였는데, 뭉클했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꼈다.”
-4년 전 카타르대회에도 나섰는데.
“당시는 그냥 어린 선수였다. 벤치에서 선배(정성룡)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국제대회 분위기가 어떤지, 대표팀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배웠다. 호주에선 달랐다. 경기 내용부터 빠른 상황 판단 등 여러 면에서 성숙했다.”
-그간 주전도, 명확한 백업도 아니었다.
“4번째 옵션에 불과했다. 그래도 땀을 믿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고 주문처럼 외웠다. 선배(정성룡)와 후배(김승규)도 계속 응원해줬다. 긴장을 풀어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고, 파이팅도 외쳐줬다. 형과 동생이 없다면 난 내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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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시절 킥에 정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실수를 몇 번 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예민해졌다. 아시안컵도 아쉬웠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판단 미스를 범했다. 정신 못 차렸다. 한 없이 부족한 선수다. 난 언제쯤 완성될까.”
-대회 직전 소속팀과 재계약했는데.
“많이 고민했다. J1리그에서 J2리그로 강등돼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내 책임이었다. 강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날 키워준 팀을 배반할 수 없었다. 좀더 강한 사람이 되려면 이런 상황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늘이 주신 기회다. 위기가 아닌 기회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잔류를 택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부폰(이탈리아국가대표)과 노이어(독일국가대표)를 존경한다. 안정감과 많은 활동량을 갖춘 부폰, 리드미컬한 현대축구에 어울리는 노이어를 동시에 닮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다. 내 성격상 생각을 멈추면 나태해지더라.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게을리 생활할 틈이 없다. 땀은 배반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