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9일 고치 시영구장에서 휴식을 잊은 채 훈련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바라보며 2차 오키나와 캠프에 데려갈 옥석 고르기에 한창이다. 책상 앞 가득 쌓인 기록지와 선수명단이 눈에 띈다. 고치(일본)|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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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55명중 40명만 15일 오키나와 캠프행
송주호 등 영건들 휴식일에도 훈련 구슬땀
“막상막하야. 머리 아파. 막상막하라도 어느 위치냐가 중요한데, 위에서 막상막하가 아니라 아래에서 막상막하라서 고민이지. 허허.”
‘야신’도 답답한지 눈을 감는다. 손으로 콧잔등을 긁어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지옥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한화의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이 지옥의 1차 캠프도 종착역이 보인다. 15일이면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로 넘어간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는 고치에 남아 서산에서 넘어오는 2군 멤버들과 훈련과 연습경기를 이어가야한다.
9일 고치 시영구장. 이날은 모처럼 맞은 휴식일이었다. 그러나 송주호(27) 이창열(24) 오준혁(23) 장운호(21) 지성준(21)에다 고양 원더스에서 영입된 정유철(27) 채기영(20) 등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타격훈련은 쉼 없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 감독실에 앉아 창살 밖 그라운드에서 진행되는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선수명단을 세세하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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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선수 이름 옆에는 깨알처럼 등번호와 나이가 함께 적혀 있었다. 거기엔 형광펜으로 색칠된 선수들도 있었다. 팀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노장 선수와 경험 많은 선수도 필요하지만, 중간층과 젊은 유망주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팀에 가능성과 미래가 보인다. 그러나 한화는 그런 선수 구성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 “거기서 여기 올 때 누구를 데리고 올 만한지 명단 한번 추려봐.” 서산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이정훈 2군 감독에게 건 전화였다.
오키나와 캠프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옥석을 골라내는 마지막 시험 무대다. 1군 주전 멤버와 1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선택을 받게 된다. 이제 서서히 가르마를 타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여기 고치에 55명 정도 있는데, 40명 정도만 오키나와로 데려갈 생각이야. 15명 정도는 여기 남는 거야. 오키나와에서는 연습경기가 많은데, 어차피 젊은 아이들 오키나와로 데리고 가도 경기에 다 못 나가잖아. 고치에서도 일본 사회인 팀, 독립리그 팀들과 연습경기들을 잡아놨으니까 여기서 실전을 치르는 게 더 좋을 거야. 내일 홍백전이 끝나면 이젠 (오키나와 멤버와 고치 멤버를) 갈라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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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일본)|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