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도전하라] <5>2014년 앱스토어 최고작 ‘콜라보’ 만든 마그나랩 박정우대표-박우람이사
지난해 10월 마그나랩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포럼에 참가해 유튜브 관계자의 관심을 받아 유튜브 본사에서 자신들의 ‘콜라보’ 앱을 설명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박우람 강정인 서동영 박정우 김태형 김성일 씨. 마그나랩 제공
같은 대학 힙합동아리 출신으로 환상의 컬래버레이션(협력)을 자랑하며 앱을 만든 마그나랩 박정우 대표(33)와 박우람 이사(39)를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한 방’이 무엇일까 늘 생각했어요. 회사를 10년 동안 다니고 착실히 모아도 분당 아파트 한 채 사기 어렵잖아요.”
박 대표는 동아리 선배인 박 이사를 찾았다. 박 이사는 한 기업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박 대표는 “대학 다닐 때 민중노래패밖에 없었는데 형이 대중적인 음악을 하자며 동아리를 만들었다. 뭐든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자신 있는 형에게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박 이사도 “홀로 서울에 올라와 학비도 손수 벌어 대학을 졸업한 자립심 강한 박 대표와 일 벌이기 좋아하고 자유로운 내가 잘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대표가 기획, 박 이사가 홍보와 행정을 맡았다. 박 대표의 네이버 동료 서동영 개발이사(32), 김성일 선임개발자(30)도 합류했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화려한 네이버 본사 건물 대신 길 건너 커다란 지하창고로 출근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짜리 지하창고는 추운 겨울이 되자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창고 가운데 기름 난로를 놓고 동그랗게 등지고 모여 앉아 개발을 시작했다.
하루는 네이버 임원이 박 대표를 회사로 불렀다. 네이버에 남았다면 눈을 마주치기도 부담스러운 까마득한 상사였다. 임원은 박 대표에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회사 사람을 빼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가서 망하는 것 많이 봤는데, 네가 그들을 책임 질 수 있느냐”고 말했단다. 박 대표와 마그나랩 팀원들은 반대로 더 열의에 차서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 당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호텔 방 한 곳에서 함께 모여 작업하는 모습. 마그나랩 제공
“정작 서비스 호흡이 길어 사용자들에겐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재밌으면 성공할 걸로 보고 시도했는데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2013년 한 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 이사가 관리하는 통장에는 잔액이 없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이사도 여러 번 다녀야 했다. 마그나랩 초기 멤버들도 하나둘 떠났다. 버티기 위해서 ‘갑’인 다른 업체가 주는 외주용역을 맡는 ‘을’이 됐다. 머리는 비우고 밤낮으로 노동력만 투입했다.
그해 겨울 박 대표가 여러 개 동영상을 편집하고 필터와 음향 효과를 입히는 콜라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어린 시절 음악 하는 아버지를 따라 생방송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중계차에 탄 적이 있다. 공연장 곳곳을 비추는 화면 여러 개를 조율하면서 PD는 생방송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박 대표가 낸 아이디어를 개발자들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구현했다. 박 이사도 두 달된 딸을 업고 여러 스타트업 지원 기관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KBS의 벤처경진 프로그램 ‘천지창조’에 콜라보를 들고 출연해 결승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창업진흥원 등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엔 KT-벤처스퀘어 노마드 2014에 선정돼 인턴직원 강정인 씨(디자이너), 김태형 씨(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모두 6명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기도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