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최근 출간된 미국 소설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의 첫 장을 넘기면 ‘디자인 여치, 일러스트 방아깨비’라고 적혀 있다. 들판을 누비던 여치와 방아깨비가 책을 만들었단 소리일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소설 리뷰 사이트 ‘소설리스트(Sosullist)’는 이 책을 ‘표지 갑’으로 뽑으며 “본문 디자인은 귀뚜라미 씨가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여치의 정체는 10년차 북디자이너 김여진 씨(34). 그는 베스트셀러 ‘인문학은 밥이다’, ‘메이커스’ 표지 등을 ‘여치’라는 이름으로 디자인했다. 주변에서 여진이라는 이름을 빨리 부르다 보니 ‘여치’가 된 게 예명의 시작이다. ‘방아깨비’는 북 디자인 작업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김 씨의 남편이다. 김 씨는 “여치와 방아깨비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정체를 많이들 궁금해 한다”며 “남편은 여러 곤충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방아깨비를 골랐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