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00명 아래로 떨어졌던 한국이 다시 5000명 넘는 사망자를 내는 교통후진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교통연구원(원장 이창운)과 국회 교통안전포럼(대표의원 주승용)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5년 교통사고 전망 및 대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저유가 추세로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최대 5200명까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 연구위원은 1997년 IMF경제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사례를 통해 유류 가격 및 유류 소비량 변화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이 각각 5.4%와 13.4% 내려가면서 승용차 사망자 수와 화물차 사망자 수는 각각 4.1%와 9.1% 증가했다. 설 연구위원은 올해 평균 유가는 리터당 휘발유 1500원, 경유 1300원 미만으로 전년대비 16~20% 하락할 것으로 보고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대비 최대 8% 증가해 52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저유가에 따른 차량 운행량을 억제하기 위해 주행거리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 및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지난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6년 만에 4000명대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안전의식 고취 및 경기 침체 등 요인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교통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 없이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사망자 수 4000명대 진입에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교통사고 사고건수는 오히려 늘었으며 국민들의 낮은 안전의식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추진 중인 정책 방향을 밝혔다. 손상현 국토교통부 교통안전복지과 사무관은 “경찰청과 공조해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나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영선 국민안전처 안전개선과 사무관도 “보행자 안전확보를 위한 보행 환경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한 올해 6월 전후로 17개 시·도 지자체에 재난안전실을 설치해 전담인력 및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방안▼
-자동차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실시
-음주운전 단속기준(현재 혈중알코올농도 0.05%) 강화
-보행자 및 고령자 사고 등 다발하는 사고 유형별 대책 마련
-교통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대국민 홍보 및 캠페인 강화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