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인 체하는 가짜 전문가들, 무지함을 표상하는 학위, 극악무도한 책들, 책임소재를 흐리는 묘한 질문들. 이들을 내가 어디서 보았더라? -위험한 경영학(매슈 스튜어트·청림출판·2010년) 》
“뭔가 얻을 게 있을 줄 알았어요.”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구직 중인 그는 한 강연에 다녀왔다고 한다. ‘아프지 말아야 할 청춘’들에게 ‘유용한 지혜’를 제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교수와 종교인이 나선 강연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더냐고 물었다. “세상이 나를 아프게 해도,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지라던데요.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래요.”
콘서트식(式) 강연이 부쩍 늘어났다. 기업 고위 임원이 자신의 성장기를 들려주는 강연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연예인, 종교인, 교수, 심지어는 영어강사가 영어 대신 자기 인생살이 들려주기에 더 바쁜 경우도 있다. 유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한 연예인은 강연 한 번 뛰면 1000만 원 가까이를 받는다고 하니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그런데 왜 청년들은 이들에게 답을 구하러 다닐까. “뭔가 혜안이 있으니 강연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후배의 대답에 이 책이 떠올랐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컨설팅 기업에 다녔던 저자는 ‘아무 준비 없이 고객(기업인)을 만나러 가다 비행기에 꽂힌 책자에서 본 아이디어를 포장해 그럴듯하게 제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프만 대충 그려주면 고객들이 고개를 주억거렸음’은 물론이다. 그가 몸값 높은 유명 컨설턴트였기 때문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