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맥 바네트 글/애덤 랙스 그림·고정아 옮김/48쪽·12000원·다산기획
그림 자체가 지닌 특성을 최대한 살려 묘사하고 한편으론 그림 자체의 서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의견이 맞지 않는 글 작가와 화가가 함께 이런저런 사건들을 거쳐 마침내 이야기를 끝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장난스럽고 과장되지만 일리 있어 보입니다.
잭은 자신이 쓴 이야기의 주인공 클로이를 직접 그려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애덤만 한 화가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쓴 글에서 사자에게 삼켜진 애덤을 꺼내기 위해, 맥은 클로이를 사자 사냥꾼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클로이였거든요. 중간에 맥과 애덤에게 자리를 내주었을 뿐입니다.
이 그림책의 실제 작가인 맥 바네트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독특합니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끼워 넣는 방식이라든가, 다른 책의 등장인물들을 데려와 이 책의 원래 등장인물인 양 만드는 재치가 번득입니다.
책을 읽어주는 동안 수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가 애덤 렉스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도 그림책이 가진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합니다. 입체적이고 공간감이 살아나는 이미지 위에 얹은 평면 그림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게 합니다.
그나저나 사자 배 속의 애덤은 밖으로 나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