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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왕 타계… 유가 깜짝 급등

입력 | 2015-01-24 03:00:00

女인권 향상-증시 개방 개혁 성과… 재위 10년간 강력한 친미정책 펴
형제상속따라 80세 왕세제가 승계… 원유점유율 확대 방침 고수할듯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23일 오전 1시(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91세. 사우디 왕실은 국영TV를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폐렴으로 입원했던 압둘라 국왕이 서거했다면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제(80)가 왕위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23일 하루 종일 CNN 등 외신들은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뤘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권력 지형 변동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우드 왕가의 6번째 국왕으로 2005년 81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압둘라 국왕은 국내외에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사우디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그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이븐사우드 초대 국왕의 부인 22명 중 7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10번째 아들이다.

재임 중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친미 정책을, 대내적으로는 파격적인 개혁 정책을 폈다. 여성의 운전과 운동이 금지될 정도로 성차별이 극심한 문화에서 2013년 1월 국회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 위원 150명 중 30명을 여성으로 채웠고 여성을 차관에 임명했다. 2012년에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올림픽 출전도 허용했다. 하지만 즉위 직후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개방정책을 폈다. 2011년 중동 전역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아랍의 봄’ 때에는 과감한 사회복지 혜택으로 민심을 잠재웠다.

사우디 왕위는 초대 국왕의 유언에 따라 장자가 아닌 ‘형제’가 잇는다. 왕위를 이어받는 살만 왕세제는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2011년부터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아왔으며 50년 동안 수도 리야드 주지사직도 지냈다. 형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최근까지 사실상 국왕 대행 역할을 했다. 살만 왕세제는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선왕의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또 자신의 아들을 새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외교, 석유, 재무 등 일부 장관은 유임시켰다.

그러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국내외 난제들을 해결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뉴욕타임스는 “‘이슬람국가(IS)’의 위협과 이란의 세력 확장, 인접국가 예멘 쿠데타, 유가 하락 등 중동 지역의 불안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압둘라 국왕의 사망으로 불안 요소가 또 하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시간외 거래에서 3.1%까지 치솟는 등 깜짝 요동을 쳤다. 그러나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유지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유가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를 잃게 된 사우디 국민의 슬픔을 위로한다”는 조전을 보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양국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압둘라 국왕의 확고하고 열정적인 믿음에 감사한다”며 조의를 전했다. 중국 일본 프랑스 인도 등도 성명을 내고 국왕의 타계에 조의를 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