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 맷 로랑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16년간 맡아 열연한 배우 맷 로랑.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내한 공연차 방문한 그는 콰지모도 인형을 손에 든채 “다시 한국 팬들 앞에 서게 돼 행복하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99년부터 16년간 콰지모도 역을 맡아온 프랑스 뮤지컬 배우 맷 로랑(48)을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반전의 매력이 느껴졌다. 전날 개막한 이 작품의 내한 공연 무대에서 ‘추남’이었던 그는 무대 밖에서는 깎아놓은 듯한 미남이었다. 걸걸한 목소리의 콰지모도와 달리 실제 그의 목소리는 달달하기까지 했다.
그는 다음 달 ‘특별한 무대’를 맞는다. 콰지모도로 1000번째 무대에 오르는 것. 현재 누락된 해외 공연을 점검 중이어서 정확한 날짜가 나오지 않지만 한국 공연 기간에 1000번째 무대를 맞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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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 전인 2005년 그는 같은 공연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한 달간 관객 8만 명이 몰려 세종문화회관 역사상 ‘최단 기간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6년 앙코르 공연 때는 11만 명이 봤다. 이후 몇 차례 더 내한 공연을 가진 ‘노트르담…’의 흥행 성적은 늘 ‘A+’였다. 그 중심엔 ‘맷 로랑’이 있었다.
그는 “오래된 한국 팬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며 웃었다. “예전엔 한국 팬들이 편지로 연락했는데 요즘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오죠. 15일 첫 무대를 마친 뒤 공연장을 나서는데 많은 한국 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최근 제가 캐나다에서 낸 솔로앨범을 들고 온 팬들도 있어 정말 놀랐어요.”
그는 젊은 시절 캐나다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두 장의 솔로앨범을 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999년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그는 운명처럼 오디션을 통해 콰지모도를 만났다. 그는 “콰지모도를 만난 뒤 인생이 바뀌었다”며 “콰지모도는 내게 분신과도 같다”고 했다.
그는 공연 때 15kg이나 되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그는 “무거운 의상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마음도 저절로 무거워지는 효과가 있어 주인공의 고독과 슬픔이 더 잘 표현된다는 것. 그래도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옷 무게 때문에 무릎과 등이 아프고 두통도 온다”면서도 “무대 뒤에선 늘 의상을 벗고 대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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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한국인 무용수들을 통해서다. “잘 지내?” “나 아파”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 간단한 한국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는 “허락되는 한 최대한 오래 콰지모도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이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성사됐잖아요. 10년 뒤 20주년 한국 무대에서도 제가 콰지모도로 출연하면 좋겠습니다. 하하.”
공연은 다음 달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20만 원. 02-541-623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