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기쁨/애덤 고프닉 지음·이용재 옮김/392쪽·1만8000원/책읽는수요일
식사의 즐거움이 어디 맛뿐이던가.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쌓아가는 친밀감,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음식을 다시 만났을 때의 반가움, 시작되고 깊어지는 남녀의 사랑…. 그래서 식탁은 하나의 드라마가 된다. 책읽는수요일 제공
그런데 ‘먹기’에 ‘생각’이 스며 있던가? 원초적 본능으로 분류되는 식욕과 인간의 이성이 동원되는 성찰은 얼핏 양 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또 다른 원초적 본능인 섹스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는 쏟아져 나온 반면에 말이다).
‘식탁의 기쁨’이 이 극단의 행위들을 이어놓았다.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의 레스토랑들을 오가면서 음식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먹는다는 것’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현대의 식생활을 떠받치는 두 기둥은 레스토랑과 레시피 책이다. 레스토랑은 모든 외식이 벌어지는 장소이며, 레시피는 모든 가정 요리의 출발점이다. (…) 19세기의 신화 세계에서 레스토랑은 여성을 유혹하여 섹스를 하기 위해, 레시피 책은 남성을 집안에 잡아두기 위해 존재했다.’ 과연 그렇다. 저자는 1750년 전후에 등장해 오늘날 현대인의 외식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레스토랑의 역사를 훑어 내리며 레시피라는 요리 문법에서 판타지(레시피대로 하면 맛있으리라는 환상)와 실제(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현실) 사이의 미끄러짐을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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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우리는 음식을 즐겁게 먹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둘러앉아 즐겁게 얘기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도 식당을 찾지 않는가. 여기에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깊이를 더해가는 곳으로, 혀가 기억하는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장소로도 의미가 더해진다. 식탁의 기쁨은 이렇게 다채롭다.
저자는 한편으로 ‘취향은 논쟁거리가 아니다’란 유명한 라틴어 격언을 통해, 식탁에선 논쟁이 벌어질 수 있지만 식사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파한다. 오늘날 레스토랑에는 수많은 별점이 매겨지지만 메뉴는 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 중요한 것은 미슐랭 점수가 아니라 ‘내가 매긴 점수’라는 얘기다.
저자는 식탁에 앉고 음식을 고르며 대화를 나누고 식탁을 떠나는, 먹기의 과정 전체를 따르면서 음식의 기원과 음식 문화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다. 육식과 채식 간의 윤리 문제, 친환경적인 산지 재료와 녹색운동 같은 사회적 논의도 비켜가지 않고 진지하게 다룬다.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는 프랑스지만 정작 와인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와인 애드버킷’이라는 미국 잡지였다는 등 음식에 관한 ‘반전의 역사’를 소개받는 즐거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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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