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좌절의 시간 보내다 더 힘든 장애인 만나며 정신차려 삶의 해피엔딩 마음먹기 달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 씨가 9일 서울문화예술대에서 특별강연을 하면서 그동안 역경을 딛고 이뤄온 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9일 오후 2시 서울문화예술대 A동 아트홀. 재학생,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가수 강원래 씨(46)가 ‘다시 꾸는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강릉대를 중퇴한 지 24년 만인 2012년에 서울문화예술대 2학년으로 편입해 공부해왔다. 연예활동 중에도 틈틈이 온라인 수업을 들었고 학교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다음 달 졸업한다.
강 씨는 1996년 댄스그룹 ‘클론’으로 데뷔해 인기를 누리다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가 왔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사고 직후의 아픈 기억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광고 로드중
간호사는 “어머, 연예인이 욕도 하네?”라며 놀렸다. 하지만 울분에 찬 강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의사에게도 거침없이 욕을 했다. 당시 의사는 “(큰 상처를 받으면) 부정, 분노, 좌절, 수용의 네 단계를 겪는데 (현재는) 분노의 단계”라며 “강원래 씨는 정상”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결국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한동안 실의에 빠져 사람들을 피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전신마비 등 수많은 장애인을 만났다. 강 씨 자신은 보고 듣고 말하고 휠체어도 끌 수 있었다. 절망에만 갇혀 온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이후 그는 꾸준한 재활과 심리치료를 받으며 재기에 성공해 연예활동을 재개했다. 장애예술인 공연단인 ‘꿍따리유랑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강 씨는 “‘강원래’라는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누구냐.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말 한마디도 소개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때 서울 강남으로 이사 온 뒤 ‘촌놈 콤플렉스’ 때문에 비뚤어진 길을 걸으며 공부는 뒷전으로 하던 때였다. 고교 때 만난 은사는 그런 그에게 “춤, 그림만큼은 우리 반에서 강원래가 최고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그와 친구들에게 꿀밤을 때리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날라리 녀석들아, 날라리가 적성에 맞으면 그걸로 먹고살면 돼. 그 대신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멋진 날라리가 되어라.”
광고 로드중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