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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차량 수신호 돕다 돌진 무면허車에 참변

입력 | 2015-01-05 03:00:00

[시동 꺼! 반칙운전]
도로 공사현장 살피던 60대 일용직… 반대차로 사고 2차피해 막다 숨져




60대 일용직 근로자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수신호를 하다 무면허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3일 낮 12시 50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지산리 국도 1호선 광주에서 목포 방향 편도 2차로. 남모 씨(43)가 몰던 카니발 승합차가 커브 길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운전자 남 씨는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차체는 비스듬히 멈춰서 1, 2차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뒤따라오던 차량이 카니발 차량을 추돌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반대편 차로에서 공사 현장을 점검 중이던 일용직 근로자 임모 씨(68)는 곧바로 도로를 가로질러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사고 지점은 오르막인 데다 왼쪽으로 경사가 심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이었다. 이 때문에 도로구조 개선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임 씨가 혼자 현장을 둘러보다 사고를 목격한 것.

임 씨는 사고 차량 4, 5m 앞에서 신호봉을 흔들며 다른 운전자들에게 사고 위험을 알렸다. 임 씨가 4분 정도 신호봉을 흔들던 순간 윤모 씨(41)가 몰던 K7 승용차가 수신호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임 씨를 덮쳤다. 임 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임 씨의 동료 윤인학 씨(56)는 “쉬는 날인데도 임 씨가 안전시설물을 점검하러 홀로 공사장에 간 것 같다”며 “임 씨는 평소에도 의리가 강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챙기는 강직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경찰서는 K7 운전자 윤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윤 씨가 지난해 12월 3일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윤 씨가 과속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가 추가 피해를 막으려고 애쓰다 변을 당한 것은 확실하다”며 “좋은 일을 하던 임 씨가 숨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화물차 운전을 했던 임 씨는 은퇴 후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사고가 난 도로 공사 일용직 근로자로 취업해 현장 인근에 숙소를 얻어 홀로 생활했다. 임 씨의 빈소는 광주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들은 “구체적 경위를 모르는 만큼 아직 설명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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