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담배 진열대. 지난해 2500원이었던 담배 ‘에쎄’의 가격표가 4500원으로 교체돼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담배 시장 1위 사업자인 KT&G는 지난해 말 소매점의 담배 판매 마진율을 10%에서 제품 종류에 따라 최대 7.5%까지 낮췄다. 새해 들어 담뱃값이 올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수익이 줄어들 것에 대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저가 담배(4500원 미만)는 7.5%, 중가 담배(4500∼5000원 미만)는 9.5%로 각각 2.5%포인트, 0.5%포인트 낮아졌다. 고가 담배(5000원 이상)는 기존 마진율이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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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남모 씨는 “담배 수요가 줄면 사정이 어려워지는 건 담배 회사나 우리나 마찬가지”라며 “담배 회사들은 마진율을 낮춰 소매점에 그 부담을 떠넘길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도 없는 처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그동안 담배를 많이 팔아도 실제 수익에는 별 도움이 안 될 정도로 마진이 낮았다”며 “담배 회사들이 ‘갑(甲)질’을 세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배 회사들은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해명했다. KT&G 관계자는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원가가 오르고 저가 담배의 적자가 이어졌음에도 소매점 공급가를 조정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담배 회사들은 담뱃값 인상을 미루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다국적 담배회사인 BAT와 JTI는 새해 들어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BAT ‘던힐’과 JTI ‘메비우스’는 여전히 1갑에 2700원이다. 업계에서는 사재기 수요가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들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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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경쟁 회사의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세금 인상분을 떠안기 때문에 팔수록 적자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담뱃값 인상을 일부러 미룬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