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前비서관 영장기각 후폭풍 “혐의 입증에는 큰 문제 없다”… 檢, 5일께 불구속 기소할 듯 엄상필 판사, 檢선 ‘기각대왕’ 불려… 崔경위 - 채동욱 관련도 발부 안해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귀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번 사건의 고소인 격인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을 신속하게 처벌할 것을 원했다. 조 전 비서관과 문건 작성자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구속)이 허위 문건을 박 회장에게 사적으로 보고하고, ‘언론플레이’까지 하면서 정권 내부 갈등을 일으키려 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동향’ 문건 보도 직후인 12월 1일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한 것도 이런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정치적 파장이 컸던 이번 사건을 조 전 비서관 구속으로 마무리하려던 검찰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은 당초 박 경정이 문건이 담긴 상자를 대량 반출하는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와 무관한 별개의 문건들을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보고한 것을 문제 삼아 구속하려는 것은 사실상 ‘별건 수사’이며, 청와대의 압박 때문에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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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3기)는 12월 11일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먼저 청구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고 최경락 경위(46)와 한모 경위(45)의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청와대 문건을 세계일보에 건넨 혐의를 받은 최 경위는 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 부장판사는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해 검찰 내에선 ‘기각 대왕’으로 불린다. 지난해 4월 배임수재 및 횡령 혐의를 받던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61)는 엄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했고, 두 달 뒤 재청구된 영장을 다른 영장전담 판사가 발부했다. 2013년 12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에서는 조오영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행정관(56)과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55)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박지만 회장이 5촌 조카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나꼼수’ 진행자 주진우 시사IN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