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은 1990년대 중후반 유공과 부천SK 감독을 역임하면서 한국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 이른바 ‘니포 축구’로 불리는 세밀하고 정교한 중원 플레이를 바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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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동아 새해맞이 단독 인터뷰
울산 윤정환·제주 조성환·광주 남기일 감독
니폼니시 아이들 어느새 K리그 지도자 성장
“니포 축구만 고집해선 성공할 수 없다” 조언
“자신의 철학·스타일 찾아 계속 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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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니폼니시(72·러시아) 감독이 남긴 족적도 뚜렷했다. 우승이라는 큰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임팩트는 충분했다. 1995년 유공(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부천SK로 구단명이 바뀐 이듬해를 포함해 4시즌간 팀을 이끌며 1990년대 중후반 한국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른바 ‘니포 축구’로 불리는 세밀하고 정교한 중원 플레이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전략과 전술을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더해 맹목적인 권위를 탈피한 ‘눈높이 리더십’으로도 호감을 샀다.
그런데 이는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그와 함께 성공적인 현역 시절을 보낸 제자들이 올 시즌 대거 지휘봉을 잡았다. 울산현대 윤정환(42) 감독과 제주 조성환(45) 감독, 광주FC 남기일(41) 감독이 ‘니폼니시의 아이들’이다. 클래식(1부리그) 12개 구단 중 3명의 사령탑이 ‘니포 축구’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스포츠동아는 2015년 새해를 맞아 니폼니시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 한국시절, 마음 속 가장 소중한 추억!
니폼니시 감독은 현재 러시아 퍼스트 디비전(2부리그) FC톰 톰스크를 이끌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사령탑으로 몸담은 팀에 최근 복귀했다. 지도자 생활을 접고 자국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CSKA 모스크바의 기술고문으로 활동하다 2013∼2014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톰 톰스크의 부름을 뿌리치지 못해 현장으로 돌아왔다.
니폼니시 감독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한국생활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립 서비스가 아니다.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소중한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다”며 “부천SK(니폼니시는 옛 팀을 이렇게 불렀다)는 흐뭇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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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한국대표팀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카메룬-터키-중국-우즈베키스탄 등 세계축구의 변방에서 주로 활동하면서도 출중한 경력을 쌓아온 니폼니시 감독이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성’을 당부했다. 고지식하고, 막히지 않은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평범하지 않되, 창의적인 ‘연기’를 보일 필요도 있다. 열정적이면서 모험심도 가져야 한다. 결과에 집념할 때 내일이 아닌, 오늘만을 바라보게 된다.”
● 스스로를 믿고, 자신만의 철학을 갖자!
1995년부터 1999년까지 부천 유니폼을 입은 윤정환 감독은 ‘니포 축구’의 핵심이었다. 자신의 롤 모델로 옛 스승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항상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철학을 통해 진정으로 ‘즐기는 축구’를 하도록 도왔다고 회상한다. 챌린지(2부리그) 승격팀으로 새 시즌 클래식에서의 도전을 앞둔 남기일 감독도 1997년부터 2년간 니폼니시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조성환 감독도 남 감독처럼 같은 기간 니폼니시 감독과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제자들을 향한 니폼니시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계속 축구 인생을 살아간다는 게 흐뭇하다”고 했다. 애정이 강한 만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위대한 유산인 ‘즐기는 축구’의 DNA를 선수들에게 이식시키되, 본인 고유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특정 감독에게 영감을 받았다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그의 스타일까지 따르려 해선 안 된다. ‘니포 축구’만 고집해선 성공할 수 없다.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을 찾고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또 자신을 믿어야 한다. 옛 친구들의 건투를 기원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