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큰스님 열반에 부쳐
23일 입적한 법전 스님의 생전 모습. 27일 오전 11시 해인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이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누구 없는가?”
스님의 아이콘처럼 남아있는 이 한마디 말씀이 종일 귀에 쟁쟁거리는 것 같다. 누구를 찾으면서 하신 말인지 알 수 없는, 영원히 화두로 남아있을 이 한마디가 스님의 생애를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 원래 이 말은 스님의 스승이신 성철 스님께서 법상에 올라 법문하실 때 하신 말씀으로 알려져 있는 말이었다. 대중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할(喝)을 하듯 내뱉은 말이었다. 이 말을 제목으로 법전 큰스님께서 자서전을 내고는 스님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절구통 수좌라는 별명으로 구십 평생을 살아오신 스님 인품의 특징은 한마디로 과묵한 그것이었다. 살아생전 당신은 별로 하실 말씀이 없으신 분인 것 같았다. 어쩌다 수하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을 때도 합장만 하고 가만히 앉아 계셔 말씀이 없으셨다. 외지에서 찾아와 인사를 드릴 때도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도 앉으셨다. 말 많은 세상에 말이 없는 분으로 존경을 받으셨던 것이다. 참선수행을 치열하게 해 오신 분이지만 선(禪) 공부 했다는 티도 내지 않으셨다. 자신을 항상 바보라고 생각하고 살아오신 어른이었다. 속 깊이 간직해 둔 보배의 칼(寶劍·보검)로 썩은 송장을 베는 일은 하지 않았다. 꼭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자기주장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내 말없는 그대에게 묻노니
몇 번이나 청산에 꽃이 피었다 지는 것을 보았는가?
봄이 아니면 꽃이 피지 않는다고?
고개를 들어 보게나 천지에 하얀 눈꽃이 피었다네.”
평생 과묵하여 말이 없으시던 스님, 한 번도 남을 탓하던 일이 없으시던 스님, 자기를 닮지 않는다고 역정을 낸 일이 없는 스님, 참으로 깨끗하게 살아오신 이 시대의 어른이 떠나셨다.
북송(北宋) 때 유미타(喩彌陀)라는 스님이 있었다. 평생 아미타불 상을 그리며 산 화공(畵工) 스님이었다. 그가 그린 아미타불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번은 그의 그림을 보고 감탄을 하던 어느 사람이 그림은 이렇게 잘 그리는데 왜 참선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미타가 시를 지어 답했다.
“평생 미타불만 그릴 줄 알았지
참선을 모르니 어찌하면 좋을까?
태평성대에 병기를 쓸게 무어 있으랴.”
지안 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통도사 반야암 회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나는 죽지도 않았다.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왔다 갔을 뿐이다.”
지안 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통도사 반야암 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