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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3년 만에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

입력 | 2014-12-23 03:00:00

88세 에셉시, 출구조사서 당선 확실
이전 정권서 장관-국회의장 경력… 튀니지 국민들 ‘경험과 안정’ 선택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에서 반(反)이슬람 세속주의 성향 원로 정치인인 베지 카이드 에셉시 후보(88·사진)가 첫 민선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튀니지 여론조사회사인 시그마콩세이는 21일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에셉시 후보가 55.5%의 득표율로 44.5%의 문시프 마르주끼 후보(67)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은 1956년 튀니지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자유 경선으로 치러졌다. 에셉시 후보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축출된 뒤 약 4년 만에 첫 민선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에셉시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대선 결선 투표를 마친 직후 승리를 선언하고 “대선 승리를 튀니지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바친다”며 “마르주끼에게 감사하며 이제 우리는 누구를 배척하지 말고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마르주끼 측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개표 전에 승리 선언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에셉시 후보는 튀니지의 첫 대통령 하비브 부르기바가 30여 년간 장기 집권할 당시에는 내무장관과 외교장관 등 고위 공무원직을 맡았으며, 벤 알리 전 대통령 시절에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이러한 경력 때문에 인권운동을 하다가 벤 알리 정권 시절 망명했던 마르주끼 후보는 “에셉시가 당선되면 독재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튀니지 유권자들은 에셉시 후보의 ‘경험과 안정’을 택했다. 또 지난 3년간 온건 이슬람주의 성향의 엔나흐다당의 지원을 받은 마주르끼 과도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에셉시 후보가 창당한 니다투니스(튀니지당)는 10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정당별 최다인 85석을 얻었다. 에셉시 후보는 앞으로 각종 테러 위협과 경제 개혁, 높은 실업률 등의 해결 과제를 안게 됐다. 튀니지 정부는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공격에 대비해 무장단체의 교전으로 혼란스러운 리비아와의 국경을 24일까지 폐쇄했다.

외신들은 튀니지가 선거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의 유일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튀니지는 올해 2월 아랍권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헌법을 채택한 데 이어 10∼12월에 총선과 대선을 무난히 치러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튀니지는 ‘아랍의 봄’의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이라며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고,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전통 덕분에 유혈충돌 없이 민주화 이행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