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500대 기업 181곳 설문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년연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청년층의 신규 채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근로자 300인 이상인 181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정년 60세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2.6%는 정년의무화가 신규 채용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다소 부정적’(39.8%)이라는 답변까지 합하면 72.4%가 정년 연장 때문에 신규 채용이 줄 수도 있다고 답한 것이다.
전경련의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75.7%는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임금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체계를 손질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정년 연장의 의무화에 앞서 △임금피크제 의무화 법안 입법(28.2%) △임금피크제 도입 시 재정 지원 강화(27.6%) △노조 및 근로자의 협조(25.4%)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정년 연장으로 기존의 중장년층 근로자들은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취업정보업체인 인크루트의 서미영 상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일자리가 계속 늘어날 수 없다”며 “결국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기존 근로자와 신규 구직자 간의 일자리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인건비 확대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당장 내년부터 신규 채용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