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역사 1, 2/로렌스 프리드먼 지음/이경식 옮김/552쪽, 844쪽/3만2000원, 3만8000원/비즈니스북스 성경부터 현대의 기업 경영까지… 인류 역사를 관통한 전략 해부
그리스군은 트로이 사람들이 목마를 아무 의심 없이 성 안으로 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그리스군은 트로이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거짓으로 항복한 군사를 통해 목마를 버리고 간 이유를 설명하는 등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동아일보DB
서구에서 ‘전략’이란 단어는 18세기 무렵 생겼지만 바둑과 같은 ‘전략적 사고’는 인간이 태동할 때부터, 심지어 유인원에게도 있어 왔다. 이 책은 원제 ‘Strategy: A History’(2013년) 그대로 역사 속에서 전략과 관련한 내용을 묶었다. 원저를 낸 옥스퍼드대 출판사는 전략만을 소재로 그 개념과 역사 전체를 ‘제대로’ 포괄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1, 2권 합쳐서 1400쪽에 이르는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분야의 광범위함에 기가 질릴 정도다.
이어 마르크스 바쿠닌 등 사회주의자들의 사회변혁 전략과 막스 베버, 존 듀이 등 사회학자의 시각, 간디와 미국 흑인운동의 비폭력 전략 등 ‘아래로부터의 전략’이 제1 메인요리, 현대 경영자와 기업의 전략 등 ‘위로부터의 전략’이 제2 메인요리다. 합리적 선택과 전략의 내러티브를 소개한 마지막 장을 디저트로 보면 전략의 역사와 이론이 한 상 가득하다.
저자가 얘기하는 전략의 핵심은 바로 현재성이다. 그래서 전략은 과거에 세운 계획과는 다르다.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세력끼리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세운 전략은 플랜A는 물론이고 플랜B와 C까지 세워놨다고 해도 시시각각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어야 한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처럼 “누구나 얼굴을 크게 한 대 강타당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계획이란 걸 갖고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략은 유동적인 그림이며 그 그림 속에서 링컨이나 처칠처럼 통찰력을 갖고 상황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뛰어난 전략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전략은 매우 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넓게는 ‘전략’, 좁게는 ‘처세’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난무하는 것은 왜일까.
저자는 전략이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책에 나오는 무수한 사례를 통해 편견과 아집, 상황에 대한 속단, 급변하는 사태에 어쩔 줄 모르는 우유부단함, 과거 성공에 대한 맹신,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 등이 전략의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잘못들은 머릿속에선 굉장히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전에선 쉽게 통제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 전략의 고수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