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무조건 ‘따라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그 폼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두산 정수빈(24)은 올 시즌 넥센 서건창(25) 타격폼 따라하기로 화제를 모았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독특하다. 선수 본인마저 “이런 폼으로 하면 안타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치는 게 아니라 야구를 계속 하면서 최적의 폼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평범하진 않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정수빈은 서건창의 타격폼을 따라했고, 덕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정수빈은 전반기 0.276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타격폼을 바꾼 뒤 후반기 타율 0.351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 80경기에서 71안타를 쳤는데 후반기 47경기에서 무려 60안타를 쳤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100경기 이상을 뛴 시즌 중에서는 처음으로 타율 3할(0.306)을 기록했고, 개인 최다홈런(6홈런), 최다타점(49타점)을 달성했다.
정수빈은 “한순간의 깨달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올해로 6년차다. 2009년 고졸신인으로 혜성처럼 나타나 주전외야수로 자리매김했지만 늘 2%가 부족한 시즌을 보내곤 했다. 그는 “타자는 타석에서 어느 순간 깨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 역시 올해 같은 걸 느꼈다”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서)건창이 형의 타격폼과 더불어 6년간 쌓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타석에서 어떻게 쳐야하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깨달음을 얻은 정수빈은 예정됐던 군 입대도 미루고 내년 시즌을 뛰기로 결정했다. 그는 “구단과 얘기를 나눴는데 뭔가 잡혔을 때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난 뒤 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군대도 미루고 뛰는 만큼 내년 시즌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