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공기업 인사 난맥 승마계 인사들 증언 잇따라 “朴, 2009년 공금횡령 혐의로 해임… 2011년부터 ‘한화 회장사 선출’ 로비 회장 바뀌자 본격적으로 운영 개입”… 한화측 “사실과 다른 억측” 전면부인
10월 서울현충원의 박원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점선 안)가 10월 1일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낙마 사고로 사망한 고 김형칠 선수를 애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박 전 전무와 정 씨는 승마훈련장 원장과 승마 학부모로 만나 알고 지내다 지난해 급격히 사이가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 씨의 딸로 내년 대학 입학 예정인 승마 국가대표 정 모 양(18)이 처음 말을 탔던 당시 뚝섬 서울승마훈련장의 원장이 박 전 전무였다.
본보가 다수의 전현직 승마협회 임원 및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박 전 전무는 현재 승마협회의 회장사(社)인 한화그룹의 승마협회 진입을 주도하고 최근까지 아무런 보직 없이 승마협회 행정과 운영에도 직간접으로 관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전무는 승마협회 공금 87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8년 12월 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실형을 살았다. 박 전 전무는 2009년 1월 승마협회 이사에서 해임돼 당시는 아무런 직함이 없었다.
10월 서울현충원의 박원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점선 안)가 10월 1일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낙마 사고로 사망한 고 김형칠 선수를 애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12년 6월 김광원 전 회장이 물러난 뒤 신모 전 한화 계열사 임원이 차기 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박 전 전무는 본격적으로 승마협회 운영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박 전 전무의 승마협회 복귀를 위해 한화 출신 승마협회 임원들이 백방으로 뛴 정황도 나오고 있다.
박종소 전 전북승마협회 회장은 올해 3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 때 한화그룹에서 파견된 승마협회 J 임원 등이 당시 대회 심판으로 승마협회 전직 임원인 Y 씨 숙소를 찾아와 박 전 전무를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승마 부문 감독관으로 추천해 줄 것을 종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전무가 매달 한화 측으로부터 일정 급여와 차량 지원을 받고 있다는 승마계 인사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한화그룹 어디에서도 박 전 전무에게 돈이나 차량을 지원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그룹 내 어떤 보직에도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전 전무가 “한화그룹이 김동선 씨를 IOC 위원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나친 억측이며 비약”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윤회 문건 파문을 수사하는 검찰이 한화그룹을 압수수색한 것 역시 “승마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의혹의 중심인 박 전 전무는 자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는 상황이다. 정윤회 파문이 불거진 후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다. 박 전 전무와 평소 주기적으로 접촉했던 한 승마협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파장이 크다 보니 승마협회와 지인들도 (박 전 전무와) 연락이 끊어졌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