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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자율성이 낳은 ‘개막 10연승’ 옥동자

입력 | 2014-12-05 03:00:00

우리은행, 하나외환 꺾고 신기록
4연속 꼴찌서 2연속 챔프 오르자… 자신감 찾으며 위기도 쉽게 돌파
혹독한 훈련 대명사 위성우 감독, 스스로 하게 하자 응용력도 생겨





우리은행이 여자프로농구 단일리그 시즌 개막 후 최다 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4일 강원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하나외환을 67-59로 꺾고 시즌 10연승을 달렸다. 단일리그 통합 이전 최다 기록은 2003년 여름리그에서 삼성이 기록한 개막 후 15연승이다.

샤샤 굿렛이 19득점 15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다. 임영희(14득점)와 샤데 휴스턴(13득점)도 27점을 보탰다. 우리은행은 1쿼터 초반을 제외하고 줄곧 리드를 지켰다. 3쿼터 2분여를 남기고 47-46까지 추격당했지만 다시 차근차근 점수차를 벌려 나갔다. 하나외환 신지현은 양 팀 최다 득점인 23점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아직도 승리에 목마르다”는 선수들의 말처럼 우리은행은 올 시즌 한 차례도 승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지난 시즌 스스로 작성한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9연승)을 1년 만에 갈아 치웠다. 올 시즌 3연패를 꿈꾸는 우리은행은 더 강해졌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3)은 ‘자부심, 휴스턴 효과, 자율성’을 비결로 꼽았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이 되기까지 우리은행의 ‘흑(黑)역사’는 길었다. 5위였던 2007∼2008시즌 이후 네 시즌 연속 꼴찌(6위)를 면치 못했다. 흑역사가 남긴 상처는 2012∼2013시즌 첫 우승도 실감나지 않을 만큼 깊었다. 위 감독은 첫 우승을 “내 것 같지 않은 우승”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시즌 두 번째 우승트로피를 안고서야 선수들은 우승을 실감했다. 챔피언으로서의 자부심도 생겼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새로 합류한 휴스턴은 팀의 새로운 에너지다. 올 시즌 리그 득점 1위(187점)로 경기당 평균 18.7점을 책임지며 수비가 강한 우리은행에 득점력을 더해줬다. 지난 시즌부터 함께한 굿렛은 국내 선수 못지않게 팀 분위기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위 감독은 “휴스턴에게도 팀 스타일대로 수비에서의 역할을 우선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잘해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팀에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고 말했다.

자율성은 올 시즌 우리은행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위 감독은 혹독한 훈련 대신 선수들이 스스로 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휴식과 외박이 늘었지만 훈련량이 크게 줄어든 건 아니다. 부족한 만큼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보충하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선수들도 나도 여유가 생겼다. 선수들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응용하는 능력이 생겼다. 지도자로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개막 10연승 기록에 대해 위 감독은 “중요한 건 연승이 아니라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빨리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도 우리은행의 기본 전략은 ‘수비는 필수, 공격은 옵션’이다. 위 감독은 “확률적으로 공격보다 수비가 기복이 덜 심하다. 잘 지키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춘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