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누구 말이 맞나]‘비선실세’ 의혹 정윤회씨
―대선 이후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4월 이 비서관에게 연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를 했다는 내용의) 시사주간지 보도 이후 언론에선 난리를 치는데, 나한테 경위를 얘기해 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박 회장과 (문건을 작성한) 박모 경정을 만나면서 혼자 쫓아다녔다. 박 회장을 찾아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까’라고 여쭤보니 ‘그러면 이틀 후에 증거서류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서 조응천 전 비서관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당시 이 비서관에게 연락한 게 아니라 조 전 비서관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한 번 한 것이다. 그것 외엔 그전에도 (연락한 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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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민정(수석실)이 개입돼 있었다. 미행했던 사람이 쓴 경위서가 있다는 건 조작이다. 나는 절대 미행한 사실이 없다. 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지 궁금했다. 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데 뭔가를 몰아간다는 걸 느낄 수 있지 않겠나. 결국 조 전 비서관을 못 만나고 박 회장에게는 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조 전 비서관도 ‘미행사건’ 보도는 오보라고 하던데….
“하하하… 아니 그렇게까지 해놓고. 이것(문건 내용)도 (나중엔) 아마 그렇다고 하지 않겠나.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이 문건 내용은 6할(60%)이 맞다고 했으니 그건 정리하고 가야지.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조작에 당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이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을까. 문건이 유출, 보도되면서 그가 정권에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핵심은 그것이다. 거기에 나를 옭아 넣은 것이고…. (‘정권이 인사 등에서 요구사항을 잘 안 챙겨줘서 그렇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그것을 알아보려고 그렇게 만나려고 했던 거다. 조 전 비서관이 자기들이 한 것을 감추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자신이 있었으면 나를 만났어야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난 역술인 이모 씨(57)가 당신과 청와대를 언급하면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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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前공직기강비서관 ▼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2일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유출된 ‘정윤회 동향’ 문건은) 나를 옭아 넣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직접 대응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동향’ 문건의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우회적이지만 정 씨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한 박모 전 행정관(현 경찰 경정)이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문건 내용을) 들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찌라시’(사설 정보지)를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세계일보에서 이 문건을 보도한 지난달 28일에도 본보 기자에게 “찌라시를 베껴서 보고서라고 올릴 수 있겠느냐. 찌라시를 보고 베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문건에 나온 구체적인 내용을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당시 (제보한) 사람의 이름을 들었지만 지금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정식 멤버라기보다 옵서버(참관인)로 참석한 사람이 아닌가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정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보좌그룹 간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상당한 무게를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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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비서관은 “4월 10, 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며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란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신을 하지 않자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 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 씨가 내 공용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 비서관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자기 전화를 받아 달라는 말을 조 전 비서관에게 전달해 달라는 내용의 통화를 (정 씨와) 한 것은 맞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당시 정 씨는 자신이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를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가 나간 때여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준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사람들은 고난이 많습니다. 항상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하고 그래서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비선 논란’의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답답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