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첩, 국내 발간 15주년 맞아 미국판 표지 교체하기로
영국의 ‘해리포터’ 15주년 개정판 표지(왼쪽)는 밝고 귀여운 만화풍이고 미국 개정판(오른쪽)은 다소 어두운 판타지소설풍이다. 15일경에 출간되는 국내 해리포터 15주년 개정판에는 어린이 독자에게 초점을 맞춘 영국 표지를 사용한다. 문학수첩 제공
“그동안 미국판 표지를 썼잖아요. 신비감이 더 뛰어납니다.”
출판사 문학수첩 직원들은 ‘해리포터’ 국내 출간 15주년을 맞아 올해 초부터 개정판을 준비해왔다. 판형 교체, 내용 수정 등 계속되는 개정작업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표지 그림. 책의 얼굴에 해당되는 데다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표지는 저자인 조앤 K 롤링(49)의 허락을 받은 그림만을 사용할 수 있다. 출판사는 국내 작가에게 의뢰하는 방안과 미국이나 영국 개정판 표지 그림을 그대로 쓰는 안을 두고 고민 끝에 영국 개정판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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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리포터’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해리포터’는 ‘철 지난 유행’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해리포터’ 구매자들 가운데 10대의 비율은 2012년 6.4%에서 올해 11월 현재 3.8%로 줄어들었다. 김재원 군(10)은 “해리포터를 영화로 아는 친구가 많다”며 “해리포터 주인공(대니얼 래드클리프)은 이미 아저씨 아니냐”고 했다. 조혜선 양(12)은 “예전부터 도서관에 해리포터가 꽂혀 있는 것을 봤지만 20권이 넘어 읽기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해리포터로 인해 아동도서시장이 급성장해 유사한 책이 많아졌다”며 “해리포터도 이젠 수많은 다른 어린이 소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문학수첩이 초등학생 설문조사까지 거쳐 영국 개정판 그림을 국내 개정판 표지로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영국인 일러스트 작가 조니 두들이 그린 영국 개정판 속 해리포터는 귀엽고 깜찍한 어린이로 만화 주인공처럼 보인다. 전체 그림도 복잡하지 않아 이해하기 쉽다.
반면 그래픽노블 작가 기부시 가즈가 그린 미국 개정판 표지는 다소 몽환적이고 어두우며 주인공 해리포터도 어린이보다는 청소년에 가깝다. ‘반지의 제왕’류를 좋아하는 성인 판타지 독자층까지 아우르는 그림이다. 문학수첩 김은경 대표는 “‘해리포터’ 독자의 연령대가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주요 독자층인 어린이들에게 해리포터 이미지를 재구축해야 했다”며 “요즘 초등학생들이 예쁜 그림을 선호하는 점을 표지 그림 선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해리포터 표지 그림에 따라 각국의 어린이 독자가 받아들이는 해리포터의 이미지는 모두 다르다. 표지는 작가인 조앤 K 롤링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왼쪽부터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한국(초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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