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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단독]“곰돌아, 겨울잠 자야지”

입력 | 2014-12-01 03:00:00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국내 첫 ‘동면 굴’ 만들기로
야생성 회복 실험… 2015년 상반기 첫삽




동물원에서 사는 곰은 ‘겨울잠’이 없다. 야생에 있는 곰과 달리 생존에 필수적인 먹이와 물이 한겨울에도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잠을 자지 않는 곰은 그만큼 인간에게 길들여지면서 야생성을 잃기 쉽다. 이에 서울대공원이 국내 최초로 내년 곰 방사장에 ‘동면 굴’을 만들어 ‘곰 겨울잠 재우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서울대공원은 ‘곰사 방사장 환경 개선 사업’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동면 굴을 만드는 공사에 들어가 8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예산 12억 원을 책정했고, 현재 새 방사장 설계를 하고 있다. 1909년 서울대공원의 전신인 창경원 동물원이 개장한 뒤 곰 방사장에 동면 굴이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유럽과 일본의 일부 동물원에는 동면 굴이 설치된 곳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서울대공원이 동면 굴을 설치키로 한 것은 현재도 곰들이 한겨울에는 하루나 이틀씩 짧게 가수면(假睡眠)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직 야생의 습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좀 더 편안한 겨울 잠자리를 마련해주면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 길어지지 않을까라는 취지에서 동면 굴을 기획했다.

이달주 서울대공원 동물복지과장은 “겨울이 왔다고 곰을 억지로 재우겠다는 건 아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레 동면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곰에게는 동물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겨울잠을 자는 곰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면 굴을 만들면서 곰 방사장의 모습은 새롭게 바뀐다. 기존에는 전체 약 1600m² 공간을 4개로 나눠 약 400m² 크기의 방사장에 각각 유럽불곰 5마리, 반달가슴곰 5마리, 에조불곰 5마리, 아메리카 검정곰 5마리가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4개였던 방사장을 2개(각 약 800m²)로 줄여 유럽불곰과 반달가슴곰만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방사장에는 각 1개의 동면 굴이 새로 생기는데, 고목(古木) 형태보다는 바위가 있는 굴 형태로 만드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조경과의 한 관계자는 “방사장에 들어가지 않는 에조불곰과 아메리카 검정곰은 방사장 내부의 내실에서 당분간 생활할 예정이며, 일부 건강이 안 좋은 곰들이 있어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면 굴을 만들더라도 실제 곰들이 동면에 들어갈지는 확실치 않다. 서울대공원에 사는 곰들은 대부분 동물원에서 산 지 10년 이상 됐고, 이 동안 이들은 제대로 된 겨울잠을 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은 기존에 동면 굴을 설치했던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와 일본 우에노 동물원의 사례를 참고했는데 이곳에서도 모든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는 않았다.

이달주 과장은 “인공적인 환경인 동물원에서 곰들에게 동면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다. 만약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않더라도 동면 굴을 쉼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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