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상·사회부
한국 노동운동을 이끌어왔다고 자평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로부터 지난해 3억8000만 원, 올해는 36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정책 연구를 위한 토론회 개최와 홍보사업 등을 위한 비용이었다. 서울본부는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 18동에 터를 잡고 있다. 서울시가 수행해야 할 노동 상담 등을 서울본부가 해준다는 명목으로 이 건물을 공짜로 쓰고, 수도료와 전기료까지 지난해부터 연간 1억 원 가까운 비용도 별도로 보조받는 등 최근 2년 동안 6억 원 넘는 돈을 지원 받은 셈이다.
보조금 문제는 그동안 민주노총 내에서도 논란거리였다. 민주노총은 2001년 10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보조금을 받되 건물 유지를 위한 최소관리비로 제한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돈을 매개로 한 통제와 정부와의 유착 가능성’은 오랫동안 민주노총이 다른 노동단체를 어용노조라고 부르는 이유가 되는 동시에 민주노총의 도덕적 정당성을 자부하는 근거가 돼 왔다. 하지만 야당 시장이 취임하고부터 이런 원칙이 무너지는 듯하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이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한 돈이 아닌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운영돼야 자주성이 확립된다”고 밝혔다. 다음 달 3일 열리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도 ‘보조금 반납’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있을 정도다. 물론 돈을 준 서울시나 이를 받은 민주노총 어느 쪽도 ‘지원금 때문에 서로 봐주거나 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서울시가 선명성을 강조하는 단체에 적지 않은 돈을 지원하는 모습을 본 시민들이 이런 설명을 얼마나 신뢰할지 의문이다.
백연상·사회부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