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교재 둘러싼 어느 수험생의 외로운 투쟁기
이 씨가 문제 제기한 법과 정치 EBS 수능 완성교재 112쪽 2번 문항.
대전에서 수능을 준비하던 이수환 씨(20)는 9월 16일 EBS에 문제 정정을 신청했다. EBS ‘법과 정치’ 수능완성교재 112쪽 2번 문항은 ‘검사는 결정 전 조사를 했을 것이다’라는 지문이 맞다고 서술해 마치 검사가 당연히 결정 전 조사를 하는 것처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법에 의하면 이는 검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안 해도 되는 절차였다.
이 씨가 정정을 신청한 지 하루 만에 EBS는 이상한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 친구와 통화했는데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법무부의 공식 확인을 기대했던 이 씨는 이런 답변이 황당했다. 이 씨는 직접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검사의 재량에 따라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법무부의 답변을 받고 그것을 보여 주고 나서야 EBS는 잘못을 시인했다.
이 씨가 수능 전 정정 신청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대로인 문제도 있다. 같은 교재 116쪽 문제는 단결권에 제한이 없는 주요방위산업체 근로자를 단결권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서술했다. EBS는 지난달 중순 오류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이를 공지하지는 않았다. 이 씨는 “수능에 안 나왔으니 다행이지 이 내용이 나왔으면 이번 복수정답 문제처럼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는 “인터넷 게시판에 정오표 올리는 직원이 실수로 해당 문항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에도 다른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EBS 측은 ‘학교 현장에서 법 관련 교과를 6년 이상 가르쳤기에 해당 내용 정도는 잘 알고 있다’면서 정정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판결이 아니라 결정’이라는 2012년 이 씨의 정정 신청에는 ‘판결이라 써도 오류가 아니며 학생들에게 결정과 판결을 나누어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EBS 측은 이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교육과정 이탈’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EBS에 정정 신청하면 일단 변명하기 바쁘고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라며 “EBS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저는 정말 정확하게 가르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사범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