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 측은 전날 여러 경로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이번 M&A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및 거래나 퇴직연금의 운용을 증권사에 맡기고 있다. 증권사는 이런 거래로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한화 정도 규모의 기업이 부정적인 리포트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면 증권사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는 이번 M&A와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27일 오전에 낼 예정이었지만 이를 배포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다 썼지만 회사 측에서 막아 발표할 수 없었다”며 “당분간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가 M&A에 따른 자금 부족 문제와 석유화학 산업의 시너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이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범용제품 비중이 높아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데다 경기 악화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테크윈의 거래량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된다는 발표 전날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감시 강화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각 발표 전날인 25일 삼성테크윈의 일일 거래량은 연중 최대치인 472만1965주로 집계됐다. 이는 24일까지 삼성테크윈의 일평균 거래량(26만4864주)의 18배 수준이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로 한화그룹에 매각되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한화그룹으로 매각되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 ‘AA’에 대한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한화에너지 등 3개사를 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추후 한화에너지 등 인수주체의 인수자금 조달 방안과 피인수 기업인 삼성테크윈, 삼성토탈의 계열 변화에 따른 영향 등을 분석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