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포스텍(포항공대)에 청암 박태준(TJ) 전 포스텍 설립이사장을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나온다. 총장 연임을 둘러싸고 구성원들의 갈등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포스텍 설립을 주도한 청암이 있었다면 지금 같은 내분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세상에 없는 청암을 그리워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포스텍 구성원들이 해야 할 책임 있는 일은 청암과 같은 자세로 포스텍을 바로잡는 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김 총장과 교수들이 극단적인 불신의 벽에 갇힌 데는 쌍방의 책임이 있다. 교수회는 올해 6월 전체 교수 271명 가운데 219명이 참여한 연임 여부 설문에서 180명(82%)이 반대한 것을 근거로 김 총장의 연임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김 총장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리더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 총장은 선수(교수)가 아니라 감독이므로 교수들의 반감에 귀를 기울여 대학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 총장은 이런 소통과 공감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2011년 9월 취임한 김 총장은 포스텍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좌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 함께 나아가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교수들이 다수의 힘으로 몰아내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이사회의 판단도 존중돼야 한다.
포스코 덕분에 어렵게 개교한 후 적잖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포스텍은 겸손해야 한다.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학생이 3500여 명인 포스텍은 규모 면에서 작다. 세상은 이공계 대학만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다. 인문 예술 법률 등 포스텍이 할 수 없는 분야도 많다.
광고 로드중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