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 금지 D-3… 은행 PB센터 문의전화 빗발 금융실명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일각에서는 개정안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은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실명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뒤늦게 Q&A 자료를 만들어 공개했다.
한 시중은행 세무팀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때문에 요즘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이라며 “수억 원을 자녀 명의로 넣어둔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29일 이전에 도로 찾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만기가 올 때까지 보유해도 되는지 가장 많이 묻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원종훈 WM사업부 세무팀장은 “경제력이 있는 사람은 세금 회피를 위해, 서민들은 자산 증식을 위해 차명계좌를 많이 이용해온 만큼 이 문제는 소득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국민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차명계좌로 자산을 굴리는 게 사실상 어렵게 되자 자산가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면서 다른 비과세상품 투자나 현금 보유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일선 시중은행의 10억 원 이상 고액예금 총액이 하반기 들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일선 상담창구에서는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느 부분은 합법인지에 대해 정부가 일찌감치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법 시행이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고객이 뭘 물어봐도 제대로 알려줄 수가 없었다”며 “고객이 우리도 알 수 없는 부분을 물어보면 일단 기다려봐야 한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채권자의 강제집행 회피 △불법 도박자금 은닉 △금융소득종합과세 또는 증여세 납부 회피 등을 위해 차명계좌에 예금하는 행위는 법으로 완전히 금지된다. 또 불법 차명거래 사실을 알면서 이름을 빌려준 명의대여자도 공범으로 처벌되고 이에 연루된 금융사 직원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만약 은행 직원이 불법 차명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