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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최영훈]돌 맞을 각오한 ‘대통령감 총리’ 나오라

입력 | 2014-11-21 03:00:00


최영훈 논설위원

청와대가 아니라는데도 연말연초 개각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뭘까.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때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가 개각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내년 2월 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전후해 국무총리 교체를 비롯한 개각을 해야 한다면 그 시기는 얼마든지 앞당겨질 수 있다.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총리 직속으로 출범함에 따라 총리의 역할은 커졌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命)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는 기존의 역할에 더해 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국민 안전’과 ‘공직사회 혁신’을 직접 챙겨야 한다. 의전(儀典)형에서 실전(實戰)형으로 총리의 역할 모델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생겼다. 세월호 참사 때 두 명의 총리 지명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어쩔 수 없이 유임된 정홍원 총리의 교체론이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총리 교체 시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된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후 여권 내부에선 그의 존재감이 커졌다. 11개 장차관급 자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18일 “연말 개각이 있으면 총리로 기용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감 떨어지는 소리”라며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의원은 “청와대와 소통도 잘되고 총리를 하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전했다. 지금은 예산국회가 한창이라 그런 말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길 뿐이라는 설명이다. 정치인 중에 총리가 지명된다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총리 지명 여부와 관계없이 그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홍사덕 전 의원도 거론됐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걸려 있다.

연말 개각은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내년 초 정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은 크다. 정 총리 후임으로 누가 임명되든지 총리의 역할이 커진 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앞으로 총리 직속의 인사혁신처가 추진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연내 완료하는 것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후임 총리가 여당과 함께 팔을 걷어붙여야 할 주요 국정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원내대표든 누구든 다음 총리에는 정치인을 보내 그의 역량과 리더십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연금 개혁을 진두지휘해 성과를 낸다면 그의 앞날에는 서광이 비칠 것이다. 단숨에 강력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7개월간 팽목항에 살다시피 하며 감동을 줬듯이 후임 총리가 연금 개혁에 몸을 던져 성과를 낸다면 그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치인 총리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치인으로 총리를 지낸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대권에 도전했거나 도전을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 때 47세의 나이로 총리에 지명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뒤 많은 사람의 위로를 받았다. 그는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은 누구도 대통령을 못했다”는 위로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 했다.

대통령제 아래서 ‘2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총리가 발언권이 세지면 청와대의 견제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이를 견뎌낼 뚝심과 돌파력을 갖춘 사람이 차기 총리를 맡아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공시킨다면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 대권 도전에 성공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길지 모를 일이다. 그런 사심(私心)을 버리고 돌 맞을 각오로 공무원과 야당을 설득하는 총리가 나와야 할 것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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