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10만여점 태안 앞바다 등 서해서 건져올려
바닷속에서 고려청자를 발굴하기 위해 개흙 제거작업을 하고 있는 수중발굴대원(왼쪽 사진)과 2009년 열린 고려청자 뱃길 운반 재현 행사. 동아일보DB·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 바닷속 고려청자, 왜 태안인가
바닷속에서 도자기가 나오다니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바다에서 출토된 도자기는 10만여 점. 주로 서해에서 발굴되었고 대부분 고려청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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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 청자는 대개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에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만든 청자를 전국 각지로 운반해 사람들이 사용했지요. 고려의 수도는 개경(현재 북한의 개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수도인 개경에 사는 사람들, 특히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청자를 많이 구입해 사용했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강진과 부안에서 개경으로 청자를 수시로 운반해야 했습니다.
옛날엔 육로(陸路)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수레에 청자를 실어 옮기다 보면 덜컹거려 청자가 깨질 우려가 있었지요. 하지만 배로 운반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훨씬 더 안전한 데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옮기는 것도 가능하지요. 고려 사람들은 그래서 배를 이용해 청자를 개경으로 공급했습니다.
강진과 부안에서 배를 타고 서해를 지나다 보면 풍랑도 만나고 거센 물살도 만나게 됩니다. 침몰하는 배가 생기게 되죠. 바다에서 발견되는 청자들은 고려시대 때 그렇게 침몰한 것들입니다. 태안지역은 특히 물살이 세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옛날부터 배가 많이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태안지역의 바다는 그야말로 청자의 보고라고 할 수 있지요.
○ 생활 유물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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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태안 앞바다에선 청자운반선뿐만 아니라 아예 곡물을 운반하던 선박까지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에선 발송자, 수취인, 화물종류 등이 적힌 죽찰(竹札·대나무 화물표)도 나왔어요. 죽찰을 확인한 결과, 1208년 2월 전남 해남, 나주, 장흥에서 벼 콩 조 메밀 젓갈 석탄과 말린 가오리 등을 싣고 개경으로 향했던 배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참 재미있지요.
○ 어부 그물에서 시작된 수중발굴
바다에서 옛 유물을 찾아내는 것을 수중발굴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첫 수중발굴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어로작업을 하던 중 중국 도자기를 건져 올린 것입니다. 중국 원나라 때 무역선이 일본으로 향하던 도중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었지요. 이를 계기로 2년에 걸쳐 발굴 작업이 이뤄졌고 선체 내부에서는 동전 28t, 중국 도자기 2만2000여 점, 각종 금속공예품과 목칠기류, 생활용품 등을 찾아냈습니다. 이후 전남 완도와 무안, 충남 보령과 태안, 전북 군산 등지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청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수중발굴은 대부분 고기잡이를 하던 어민들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오면서 시작됩니다. 어부들이 문화재청이나 관계 기관에 이 사실을 신고하면 이후 기본적인 조사를 거쳐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갑니다. 2007년엔 태안의 한 어부가 잡은 주꾸미의 다리 빨판에 청자 대접이 딸려 나와 이를 계기로 대규모 수중발굴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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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바다와 땅 속에서 나온 옛 유물은 모두 국가 소유입니다. 대신 국가는 발견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지요. 문화재 전문가들이 바다나 땅에서 나온 유물의 가격을 산정하면 이에 맞추어 보상금을 줍니다. 발견 장소(바다 또는 육상)의 소유자와 발견자는 보상금을 절반씩 나눠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밭을 갈다가 유물을 발견한 사람은 땅의 주인이면서 발견자이기 때문에 보상금 전액을 다 받게 됩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청자를 발견했을 경우, 바다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보상금의 절반은 국가가 갖고 발견자에게는 절반만 지급합니다.
만일 바다에서 발견한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신고하지 않고 빼돌리면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게 되지요.
서해 곳곳엔 수많은 고려청자가 빠져 있습니다. 앞으로도 수중발굴이 끝없이 이어지겠지요. 전남 목포에 가면 수중발굴을 주도하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전시관이 있습니다. 강진의 마량항에는 고려청자 운반선을 복원 전시해 놓았습니다. 좋은 볼거리가 될 겁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