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서울대교수 신간 ‘건축… ’서 쓴소리
김광현 교수는 저서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에서 공공건축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좋은 공공건축이란 진정한 건축주를 지금의 초등학생으로 보고, 미래에 닥쳐올 문제를 지금의 조건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61)가 국내 건축계의 구석구석을 살핀 책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공간서가·사진)이 쓴소리로 가득한 이유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15일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요즘 제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높았다던 서울대 건축학과 71학번이다.
―책 제목에서 공동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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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한국 건축계를 질타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승효상 씨의 ‘비움의 미학’에 대해 “가장 먼저 회피해야 할 자세”라고 했다.
“특정인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건축의 본질을 흐리고 허상을 양산하는 슬로건이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었다. 메가시티면 어떻고, 메타시티면 어떤가. 건축가는 실속 없는 슬로건을 내걸기보다 복잡해진 도시에 뛰어들어 충돌하는 사회적 요구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메타시티(성찰적 도시)’는 승 씨가 ‘성장과 확장의 메가시티 시대와의 결별을 다짐’하며 새롭게 꺼내든 화두. ‘비움의 미학’이란 ‘채우려 말고 비워 그 공간을 시민들에게 내 주자’는 뜻에서 그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건축관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모든 건축에는 비움이 있다. 보편적인 형식을 미학이라고 미화하는 이유는 건축가들의 허세가 한몫했기 때문”이라며 “건축적으로 무익하다”고 적었다.
김광현 교수가 건축의 공동성이 구현된 건축물로 제시한 경북 영주 부석사. 그는 “부석사의 무량수전이 세워지기 전에 그 집을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이는 모든 이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광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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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에밀 오귀스트 샤르티에의 말을 인용해 건축가는 ‘상인형’ 인간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칠흑 같은 밤에 별자리에 의지해 항해하는 ‘선원’처럼 건축을 정신의 산물이라 말하지도, 자기 소출만 신경 쓰는 ‘농부’도 되지 말라는 뜻이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상인’처럼 외연을 넓혀 다른 영역과도 널리 소통해야 한다. 지금은 일을 골라서 할 때가 아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