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福岡) 출신으로 메이지(明治)대를 졸업한 고인은 1956년 배우로 데뷔해 20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과묵하면서도 속 깊은 남성상을 구축해 ‘일본의 존 웨인’으로 불렸다. 1960년대 협객 영화에서 부조리에 맞서는 주인공을 연기한 그는 당시 학생운동에 참가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철도원’(1999년)에서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병마로 떠나보내면서도 묵묵히 시골역을 지키는 철도원 역으로 한국 중장년층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일 월드컵이 있던 2002년 개봉한 ‘호타루(반딧불이)’에선 제2차 세계대전 때 끌려와 가미카제로 전사한 조선인 상관 가네야마(한국명 김선재)의 연인을 아내로 맞고 그 상관의 가족을 찾아 한국을 찾는 중년 어부 역할로도 사랑을 받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