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이동용 지음/464쪽·1만8000원·동녘
우리 기쁜 젊은 날, 쇼펜하우어(1788∼1860)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그의 눈에 비친 이 세상은 온통 ‘눈물의 골짜기’였다. 그렇다고 자살한다는 것은 도피였다. 그건 곧 고통에 희생된 것을 뜻했다. ‘참된 구원’이 아니라 ‘외관적 구원’에 불과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쇼펜하우어는 깊은 고뇌에 잠을 못 이뤘다. 그리고 1819년 그의 나이 서른하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당대 독일 최고의 영웅이었던 헤겔(1770∼1831)을 ‘정신적인 괴물’ ‘벌레’라고 몰아세웠다. 헤겔식 낙천적 낭만주의 철학이 일종의 ‘엉터리 물건’이며 ‘인류 고뇌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알기 쉽게 풀이한 길잡이다. 쇼펜하우어의 난해한 사상의 핵심을 생선뼈 발라내듯이 발라내 입에 넣어준다. 그렇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고통을 직시하라. 그 뿌리인 욕망의 싹을 잘라내라. 세상은 완전하게 실재한다. 거짓도 없고 가상도 없다. 이성은 허구다. 고통은 망상이요 허상이다. 어떤 사물이나 일에 대해서 눈곱만치도 기대하지 마라. 체념이 곧 지혜요 깨달음이다. 희망이니 뭐니 그 따위 쓸데없는 삶의 의지를 버려라. 자발적인 단념이 참된 평정을 가져온다. ‘완전한 무의지의 상태’에 이르도록 한다. 그러려면 뼈가 시리도록 고독하라.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무심하라! 갓 난 송아지가 세상을 바라보듯 물끄러미 바라보라. 그 순간, 광야의 거친 ‘돌’이 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될 것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