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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메드] (인터뷰) 당뇨 3人 이 말하는 당뇨 관리 노하우

입력 | 2014-11-14 11:09:00


대부분의 병에는 완치의 개념이 있지만, 당뇨는 그렇지 않다. 관리로 시작해 관리로 끝나는 것이 당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리하는 법을 제대로 알면 예방도 가능하다. 오랜 시간 당뇨를 관리해온 3인으로부터 각자의 관리 노하우를 들어봤다. 과연 그들이 당뇨에서 놓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은 무엇일까.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Knowhow1
 
부지런한 자세로 당뇨를 대한다

올해 78세인 탤런트 김성원 씨는 33살 때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에게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뇨뿐이 아니었다. 혈압과 지방간으로 병원에서 11가지 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그는 당장 병원에서 조심하라는 음식을 수첩에 적어 매 식사마다 체크하는 것으로 관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려 먹어도 식당 음식에 들어가는 조미료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70년대는 특히나 조미료가 많이 사용되던 시절이었어요. 결국, 아내에게 도시락을 부탁했어요. 종일 촬영이 있는 날에는 율무, 보리, 수수, 조를 기본으로 하는 잡곡밥에 달걀흰자를 섞은 작은 주먹밥 90~100개 정도를 싸다니며 혈당 관리를 했어요.”
 
그는 혈당측정기를 애용하며 식전후로 혈당을 체크해 결과에 따라 식사를 조절했다. 식이조절뿐 아니라 매일 먹은 만큼 걸으며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혈당 수치는 내려가는 듯 했지만, 복부 지방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지지 않았다.
 
의사와 상담한 끝에 복부 둘레를 117cm에서 90cm까지 줄이기로 한 그는 그때부터 매일 저녁, 밥 대신 부추를 썰어 넣은 메밀빈대떡을 부쳐 먹기 시작했다.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고기 10인분도 거뜬히 먹었던 그였기에 처음엔 줄어든 식사량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지속한 결과 3달 만에 복부 둘레가 93cm로 줄어들었다. 그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가볍고 부담 없는 저녁 메뉴 선택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약한 부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당뇨환자에겐 고혈당만큼 저혈당도 위험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머리맡에 바게트를 두고 자요. 저녁에 우유를 한 잔씩 데워 3~4쪽씩 먹어요. 가방엔 항상 사탕이 들어있고요.”
 
올해로 당뇨를 관리한 지 45년째가 되는 그는 당뇨로 인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그가 현장에서 소리 지르는 연기를 하는데 스텝들이 식겁을 하고 달려왔다. 실핏줄이 터진 그의 눈에서 피가 흐른 것이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안구질환은 흔한 합병증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는 당뇨가 그런 식으로 연기하는데 지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번은 포천의 한 행사에 참석해 막걸리를 먹는데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병원에 가니 막걸리로 인해 생긴 가스가 눈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눈이 걱정돼 최근에는 연기 활동도 쉬고 있다.
 
“안약으로 눈을 관리하면서 제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발 관리예요. 당뇨병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치유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면 큰일이에요. 특히 발에 상처가 나면 피부가 썩고 괴사해 심각한 경우에는 절단해야 하지요.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저는 발의 청결을 유지하며 뒤꿈치가 갈라지지 않게 하려고 풋크림을 열심히 바릅니다.”
 
 
당뇨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김성원 씨를 만난 건 그의 자택이 있는 경기도 파주 교하에서였다. 서울을 벗어나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은 드라마 촬영차 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막 시공 중이던 아파트 건물의 옥상에서 촬영했는데, 서울과는 다른 맑은 공기와 조용한 환경에 마음이 끌려 그 길로 분양을 받고 혼자 건너와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3년간 지내다 지금은 가족들도 이사를 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전에 살던 곳은 당산동이었는데, 교통은 편해도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놔둬야 할 만큼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그에 반해 파주에선 창을 마음껏 열어도 되고 바로 뒤에 동산이 있어 언제든 자연에서 운동할 수 있어 좋아요.”

그는 당뇨를 관리는 하되 잘못 관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에게 맞는 관리의 습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인생은 꿈보다 해몽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가 중요해요. 저는 당뇨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특히 당뇨인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게으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지킬 것은 지켜야지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김성원의 Tip Box
 
1 저렴하게 먹고 먹은 만큼 걸어라.
2 의사의 말을 철저하게 지켜라.
3 혈당측정기를 애용하라.
4 술을 마실 때는 술과 물을 1:2의 비율로 마셔라.


Knowhow2

 
당뇨,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라

올해 69세인 이순자 씨는 43년째 합병증 없이 당뇨를 관리하고 있다. 27살에 임신성당뇨에 걸렸던 것이 출산 후 당뇨로 진행된 케이스다.
 
임신성당뇨는 임산부 100명 중 5명에게서 증상이 발견될 정도로 흔하게 발병하는데, 임신하게 되면 태아의 호르몬에 의해 임산부의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혈당수치가 올라가는 데다 임산부의 영양과잉이 원인이 된다. 임신 중에 합병증이 오면 위험하므로 저염식과 칼로리를 제한한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
 
이순자 씨도 임신 중일 때 고단백 음식을 많이 섭취했다. 하지만 출산할 때까지도 자신이 임신성 당뇨였다는 것을 몰랐고, 그래서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 임신성당뇨는 자연스럽게 당뇨로 발전했고, 그녀는 출산 후 건강검진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
 
“알았다면 관리를 했을 거예요. 몰랐기 때문에 병을 키운 거지요. 당뇨를 치유하는 데는 네 가지가 필요해요. 식이조절, 약물투여, 운동, 교육. 저는 이 중에서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녀는 한국당뇨협회에서 개최하는 성인당뇨캠프에 1회부터 16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다 당뇨와 관련된 강의가 소개돼 있으면 스크랩을 해두고 꼭 참석한다. 당뇨학교와 캠프는 물론, 동네에서 하는 작은 강의까지 빠뜨리는 법이 없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하게 되면 자기 건강을 자기가 경영하게 돼요. 당뇨에 걸리면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음식부터 제한하는데, 당뇨는 못 먹는 게 없는 병이에요. 대신 먹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지요. 당뇨는 합병증이 무섭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합병증보다 영양실조로 생명을 잃는 경우가 4배나 더 많아요. 이건 사람들이 당뇨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무조건 굶고 적게 먹기만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해요.”
 
 
배부르기 전까지 먹고 걷는다
 
음식에 있어서 그녀가 지키는 수칙은 한 가지다. 무엇을 먹든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놓는 것.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물로 이뤄진 6대 영양소를 음식을 통해 골고루 챙겨 먹는다는 전제조건에서다. 그녀의 식탁에는 항상 나물과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음식, 그리고 적은 양의 탄수화물이 올라간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혈당의 근육화예요. 음식을 먹었다면 산책이나 근력운동을 꼭 해야 하지요. 대부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며 손사래를 치는데, 저는 먹고 싶으면 먹고 그만큼 운동을 하면 된다는 주의예요. 실제로 그렇게 하면서 합병증 한 번 없이 지금껏 잘 생활하고 있고요. 요즘은 3년 전부터 키워온 맹인견과 아침저녁으로 여의도 공원에 산책을 나가요. 저는 항상 즐거웠고 지금도 즐거워요. 그래서 내일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지요. 당뇨는 스트레스가 50%인 병이기 때문에 스스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녀는 당뇨는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뇨식은 결국 건강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더 잘 챙기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에 일흔이 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골다공증 검사에서 신체나이 40대라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또 난시교정과 백내장으로 토릭렌즈 삽입 수술과 치아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지만 아무런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관리가 가능했던 것 역시 교육 덕분이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당뇨캠프에 한두 번 참석하고 나면 당뇨에 대해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더는 나오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치료법은 늘 진화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당뇨 관련 강연과 교육프로그램을 찾아다니세요.”
 

이순자의 Tip Box
1 6대 영양소를 골고루 배부르지 않게 먹어라.
2 식사하기 1시간 전에 물 1~2컵을 마셔라.
3 과일과 야채를 먼저 먹어라.
 
 
Knowhow3
 
매일 당뇨수첩 쓰는 습관을 길러라

조선원 씨는 21년간 당뇨를 관리해왔다. 1993년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에게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절망감이 먼저 찾아왔다. 당뇨는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그였다. 바로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음식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에너지원인 포도당으로 바뀌어 세포로 흡수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포도당이 피 속을 돌아다니는 게 당뇨예요. 합병증은 피 속을 돌아다니던 포도당이 혈관에 붙어서 혈막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거고요. 당뇨병을 혈관병이라고 부르는 이유이지요. 당뇨병은 피가 닿는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거예요.”
 
혈당은 혈압과 콜레스테롤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그는 가방에서 그동안 써온 당뇨수첩을 꺼냈다. 개인의 원인을 추적하고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꼭 수치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년간 써온 수첩이 집에 그대로 쌓여 있어요. 저는 수첩에 혈당수치와 함께 그날의 기분까지 써놓는데 나중에 보니 기분이 혈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행복’이라고 써 놓았을 때는 혈당이 정상치로 떨어졌고, ‘기분 나쁨’이라고 써놓았을 때는 혈당도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제 기록을 보면 확실히 스트레스가 당뇨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운동과 식사요법을 병행했을 때도 혈당수치는 뚝 떨어졌다. 대학교에 다닐 때 럭비선수이기도 했던 그는 원체 체력이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가 당뇨 판정을 받은 건 예순이 될 때였다.
 
 
당뇨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처음에는 등산을 했는데 요즘은 트레드밀을 사서 집에서 본격적으로 매일 한 시간씩 뛰고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방안을 강구하는 건 중요해요. 철저하게 운동하되 운동에 관한 책과 지식을 참고해서 해야 하지요. 저는 병원, 세미나, 캠프, 협회 등을 통해 당뇨에 대해서 항상 공부해요. 최근에는 당화혈색소라고 하는 치료 개념이 나왔는데, 3개월의 혈당 평균치가 나오는 거라 관리 방향을 보다 잘 잡을 수 있어요.”
 
당화혈색소란 적혈구에 붙어 있는 포도당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적혈구의 생존 기간이 2~3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당화혈색소 수치는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농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는 당뇨에 대해 공부하면서 당뇨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이 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당뇨인구가 급증하는 이 시대에 당뇨인의 삶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당뇨가 망국병이 될 수 있음을 체감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한국, 중국에서 당뇨가 많이 발병되는데, 인도와 중국 정부는 관심도가 높은 반면, 한국은 당뇨를 감기 정도로 취급하고 있어요. 당뇨정책이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지요. 당뇨는 사전예방이 중요한데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당뇨인이 될 수 있는 내당능장애자는 운동과 식사로 관리해야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다는 건 문제가 있어요. 게다가 당뇨는 매일의 체크를 위해 혈당검사가 중요한데, 시험지인 스트립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싸요. 이 또한 정책적으로 대책이 시급한 사안입니다.”

 
조선원의 Tip Box
1 여러 통로로 당뇨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라.
2 당뇨 전문 주치의를 정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라.
3 근거 있는 운동을 철저하게 하라.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