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빗장 열린 13억 시장]<下>새 돌파구 찾는 기업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중국 수출을 회복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중 FTA로 관세 철폐가 이뤄지면 일본과 유럽 제품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이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현지에 체계적인 생산시설을 갖춘 대기업들은 한중 FTA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중소·중견기업들에 한중 FTA로 인한 관세 철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음주 측정기를 제작하는 중소기업 A사도 한중 FTA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현재 A사는 미국, 유럽연합(EU), 칠레 등 FTA 체결 국가를 중심으로 연간 17만 대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조만간 A사는 중국 시장 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현지 유통업체들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김을 가공해 수출하는 식품업체인 B사는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중 FTA를 중국 시장에서의 ‘제2의 도약 기회’로 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한국산 김은 인기는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빠르게 소비자 층을 넓히는 게 어려웠다”며 “가공식품의 경우 대부분 품목에서 협정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중에서도 중국 수출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했던 곳들은 한중 FTA를 계기로 현지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동부대우전자의 경우 중국에서 판매 중인 냉장고와 세탁기를 광주공장에서 생산한다. 현재는 10∼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만 협정이 발효되면 관세가 10년 내에 모두 철폐될 예정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중국 시장 마케팅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 자세한 협상 내용 공개 안 된 게 불안 요인
가전업계 관계자는 “10년 내 관세 철폐라고 해도 10년간 매년 1%포인트씩 줄어드는 것과, 5년에 한 번 5%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류의 경우 원산지 분류 규정을 놓고 상반된 정보가 흘러나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애초 해외에서 원단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봉해 수출하는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뒤늦게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실과 원단을 수입해 생산하는 의류기업도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협상 내용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성과 있는 부분만 조금씩 내보여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중국과 FTA 협상을 타결한 정부는 이튿날인 11일 공산품 양허 내용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어 12일에는 원산지 기준 협상 결과 일부를, 13일에는 수출 유망품 개방 내용을 각각 소개했다. 산업부는 “협상 상대방이 있고 협정문을 완성하지 않아 공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이상훈·이세형 기자